“가까운 일본은 이미 할랄(이슬람교도가 먹고 쓸 수 있는 제품) 인프라가 구축돼 있어요. 지난해 350만 명이 넘는 이슬람 관광객이 다녀갔습니다. 일본 19개 대학 식당에 할랄 메뉴를 만들어 외국인 학생을 유치하고 있어요. 일본 특산품인 와규(소고기)와 와사비까지 할랄 인증을 받고 할랄 패션쇼를 열어 디자인까지 수출할 정도죠. 한국이 할랄 관광객 유치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터키와 지중해 레스토랑 ‘케르반(KERVAN·큰 상인)’ 그룹을 운영하는 오시난 대표(본명 시난 외즈튀르크·46) 얘기다. 23일 서울 이태원 케르반 식당에서 만난 그는 “나는 얼굴만 외국인이지 마음과 정신은 한국 사람”이라고 했다. “한국의 아름다운 고궁과 정이 많은 한국 사람을 좋아합니다. 한국에서 성공했으니 이제 한국 관광산업 발전을 위해 힘을 쏟고 싶어요.”
오시난 대표는 1997년 터키 장학생으로 서울대 산업공학과에 편입하면서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그의 손에는 아버지가 준 200달러(약 22만 원)와 옷 가방이 전부였다. 터키어를 가르치던 터키 문화관에서 한국인 아내(약사)를 만나 2001년 결혼해 2남 1녀를 얻었다. 가난했던 터키 유학생은 2008년 귀화해 한국인이 됐고 지금은 사업가로 성공했다.
오시난 대표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터키 축구대표팀 연락관으로 일하기도 했다. 그는 “월드컵 3, 4위전에서 터키는 한국을 3-2로 이겼지만 모두 승자였다”며 “한국 응원단 붉은 악마가 터키의 대형 국기를 흔들어 주는 모습을 보며 나도 울고 터키 국민도 감동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2004년 작은 무역회사를 차려 승용차 블랙박스, 비데 등을 터키에 수출했고 2009년에는 이태원에 ‘미스터 케밥’ 가게를 열었다. 프랑스, 중국과 세계 3대 요리로 꼽히는 터키 요리를 한국에서 대중화해 보자는 생각에서였다. 외국 대사들이 직접 찾아와 먹을 정도로 좋은 반응에 자신감을 얻어 2011년 케르반 레스토랑을 열었다. 현재 전국에 16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데, 앞으로 케르반 레스토랑 100곳을 열어 할랄 관광객을 모으는 게 그의 목표다.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이슬람 인구는 전 세계 인구 77억 명 중 18억 명(약 23%)이나 된다. 그중 약 10%(1억8000만 명)가 여행을 즐기고 ‘오일 머니’ 덕분에 돈 씀씀이도 큰 편이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관광객 1300만 명 중 할랄 계열은 100만 명 정도다. 오시난 대표는 “할랄 인증이 국내에서 대중화하면 불고기, 삼계탕 등 한국 음식을 맛보려는 외국 관광객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오시난 대표는 서울시 관광협회 이사로 올해 할랄위원회 초대회장을 맡았다. 그는 “정부와 서울시도 할랄 관광객 유치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며 “한국을 대표하는 화장품, 약품, 홍삼 등 건강식품은 할랄 인증 마크만 붙이면 수출이 20% 정도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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