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통 분당 사회인야구 리그… “조기축구처럼 새벽에 즐겨보자”
‘선수 드래프트’ 등 시스템도 눈길
동도 트기 전인 평일 오전 5시 무렵 경기 성남시 탄천야구장, 모란야구장 두 곳의 1, 3루 더그아웃 주변에 60여 명이 모여 몸을 푼다. 모여서 달리거나 캐치볼, 토스배팅 등을 하며 몸을 덥힌다. 6시 무렵 시작될 야구 경기를 위해서다. 직장인 최지훈 씨(32)는 “야구가 좋아 올해부터 조기야구에 발을 담았다. 가끔은 회사 휴가를 내고 제대로 아침 야구를 즐긴다”고 말했다.
매년 2월부터 11월까지 9개월여 동안 선수 230명이 10개 팀으로 나눠 자웅을 겨루는 ‘분당조기야구회(분조야)’ 리그다. 팀마다 일주일에 2차례씩, 한 시즌 50여 경기를 치른다. 전·후반기 리그 상위 4팀을 모아 왕중왕전을 치르고 최종 우승팀을 가린 뒤에야 한 시즌이 마무리된다. 전국에서 유일한 ‘조기야구’로 2009년 성남에서 시작된 뒤 10돌을 맞았다.
“조기축구는 흔한데 왜 조기야구는 하나도 없는가”라는 한 야구 동호인의 반문이 분조야의 시작이다. 이후 성남 인근에서 ‘야구광’들이 새벽에 삼삼오오 모여 캐치볼을 하다 경기할 수 있는 인원(20명)이 모이고 팀이 늘기 시작하며 리그 단위로 규모가 확장됐다. 5년 전부터는 원활한 리그 운영을 위해 현행 프로야구처럼 10개 구단 체제로 유지했다. 서울 등 인근 도시에서 구력 10년 전후의 ‘야구 좀 한다’는 사람들도 모여 사회인 2부, 3부 상위 수준의 질 높은 경기를 동틀 무렵부터 펼친다.
야구에 ‘미친’ 사람들의 모임답게 매년 리그를 운영하며 자발적으로 보완점을 찾고 있다. 2년 전부터는 매년 10개 팀 감독들이 선수들을 순번대로 선발하는 ‘전면 드래프트제’를 운영해 팀 간 전력 균형을 맞추고 ‘카르텔’ 형성을 차단하고 있다. 여러 직업을 가진 동호인들이 매년 섞여 새 인맥을 쌓을 기회도 생겨 호평을 받고 있다. 출석 회원들은 타순에 상관없이 인원수대로 모두 타석에 서고 팀 내 타순은 타율에 기반을 둔 성적(5번까지)과 선착순제(6번부터)를 병행해 회원들의 경쟁 의욕과 참여율을 높인다. 경기는 오전 9시까지 진행되지만 9시에 맞춰 출근하는 직장인들은 자유롭게 ‘조퇴’할 수 있다.
올 시즌부터 KBO리그에서도 시행하고 있는 ‘스피드 업’ 룰을 도입해 이닝 교대 시간을 2분 30초 이내로 제한해 빠르고 긴장감 높은 사회인 야구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음 달 5일 10주년 및 어린이날을 맞아 회원과 회원 가족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운동회, 장기자랑 등 행사도 준비하고 있다. 명승철 분조야 회장(48)은 “10년뿐 아니라 앞으로 20년이 될 때까지 조기야구의 모범이 될 시스템을 다져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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