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의 1분기(1∼3월) 영업이익이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사업을 맡고 있는 DS부문을 2년 만에 앞지른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인텔은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로부터 분기 매출액 1위 자리를 7개 분기 만에 탈환했다.》
인텔은 이익의 대부분을 중앙처리장치(CPU)를 비롯한 시스템반도체로 얻는다. 시스템반도체 1위 기업이 메모리반도체 선두 기업으로부터 ‘반도체 왕좌’를 빼앗은 셈이다.
28일 인텔이 최근 공시한 실적 자료에 따르면 인텔은 올해 1분기 매출 161억 달러(약 18조6760억 원), 영업이익 42억 달러(약 4조8720억 원)를 기록했다. 매출은 지난해 동기와 같지만 영업이익은 7% 줄었다. 전자업계에서는 글로벌 PC 시장이 불황에 빠지면서 인텔의 주 수익원인 CPU 판매가 부진해 이익이 감소한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더 큰 폭으로 꺾였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30일 공개되는 삼성전자의 1분기 반도체 매출은 최대 15조9000억 원, 영업이익은 4조5000억 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1년 전보다 매출은 21%, 영업이익은 61%나 줄어들었다. 두 기업 모두 부진을 면치는 못했지만, 인텔의 이익 감소세가 삼성전자보다는 훨씬 적어 1위 자리가 바뀐 것이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분기 영업이익이 인텔에 역전당한 건 2017년 1분기 이후 8개 분기 만이다. 1년 전인 지난해 1분기에만 해도 삼성전자의 반도체 영업이익(11조5500억 원)은 인텔의 두 배가 넘을 정도로 차이가 컸다.
이 같은 역전 현상을 두고 전자업계에서는 공급자가 가격을 주도하는 시스템반도체와 수요처가 가격을 주도하는 메모리반도체의 시장 구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인텔이 전체 시장의 80% 가까이를 차지하는 CPU의 경우 시장 수요가 줄어도 제품 가격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이 삼분하고 있는 메모리반도체의 경우 수요 감소가 곧바로 재고 증가, 급격한 가격 하락으로 이어진다.
‘가격 안정성’의 차이는 반도체 산업의 새로운 금맥으로 꼽히는 서버 분야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인텔은 서버용 CPU의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에 비해 15% 늘어났다. 하지만 서버용 D램 평균가격은 올해 1분기 28% 급락하며 삼성전자의 이익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인텔이 “올해 상반기 보안 성능을 개선한 신형 서버용 CPU를 내놓겠다”는 발표에 따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투자를 일제히 중단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클라우드용 데이터센터에 사용되는 ‘x86 서버’ 시장에서 인텔은 98%를 차지한다”며 “자신들의 상황에 맞는 출시 일정 및 수급 조절, 가격 조정 등으로 높은 이익률을 구가하는 반면, D램 시장은 여기에 따라 출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24일 발표한 ‘시스템반도체 10년 133조 원’ 투자 계획은 이 같은 시스템반도체 분야의 기존 패권 기업들의 아성을 깨뜨리기 위한 도전으로 꼽힌다. 5세대(5G) 통신과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 등 새로운 기술이 확산되면서 시스템반도체 시장규모 역시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통신용 및 자동차 전장용 칩세트 등 이미 기본기를 갖춰놓은 시스템반도체를 시작으로 비메모리 분야에서도 1등으로 올라서겠다는 목표다. 또 국내 팹리스(시스템반도체 설계전문) 기업들을 육성하기 위해 내놓은 각종 지원 정책은 실리콘밸리의 작은 벤처기업으로 시작해 성공한 인텔, 퀄컴 같은 사례를 국내에서도 만들어보겠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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