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팔셔츠 - 팥빙수 - 수박… 유통업계 벌써 여름마케팅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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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아진 봄, 일찍 온 더위에 변화

서울 강남구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매장에서 평년보다 앞당겨 반팔 옷 등 여름 의류를 선보이고 있다. 최근 한낮 기온이 20도를 
훌쩍 넘으며 유통업계에서는 봄이 빠르게 퇴장했다. 주요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예년보다 2, 3주 앞당겨 여름용 먹을거리, 의류 등을
 내놓고 있다. 현대백화점 제공
서울 강남구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매장에서 평년보다 앞당겨 반팔 옷 등 여름 의류를 선보이고 있다. 최근 한낮 기온이 20도를 훌쩍 넘으며 유통업계에서는 봄이 빠르게 퇴장했다. 주요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예년보다 2, 3주 앞당겨 여름용 먹을거리, 의류 등을 내놓고 있다. 현대백화점 제공
현대백화점은 최근 식품코너에서 김밥과 잡채류에 들어가는 시금치와 깻잎 등을 우엉과 어묵으로 교체했다. 빵 등 베이커리 제품과 반찬류의 판매기한은 기존 8시간에서 6시간으로 2시간 줄였고 양념·간장게장, 콩비지, 육회 등은 판매를 중단했다.

상하기 쉬운 제품들을 거둬들이는 ‘하절기 위생관리 프로그램’이다. 5월 초·중순이 돼야 볼 수 있는 풍경이었지만 올해는 보름 이상 일찍 시작했다. 반팔 셔츠 착용 등 하절기 복장 적용도 지난해(5월)보다 한 달 앞서 시행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기온이 오르면서 예년보다 일찍 여름 대비에 들어가고 있다”면서 “하절기 위생관리를 봄철에 한 것은 최근 10년 이래 전례가 없었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의 낮 기온이 28도까지 오르는 등 평년보다 4∼7도 높은 이상 기온을 보이면서 백화점, 마트 등 유통업계에선 이미 여름이 시작된 모습이다. 주요 백화점들은 올해 여름 신상품을 전년보다 한 달가량 앞선 3월 말부터 배치했다. 봄 상품을 한창 팔아야 할 시기지만 백화점들은 이미 ‘시즌오프’를 마쳤다.

‘여름 먹을거리’도 벌써 곳곳에서 눈에 띈다. 이마트는 지난달부터 여름 대표 과일인 수박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더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판매량도 점점 늘고 있다. 이마트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3월 25일∼4월 24일) 수박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1%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고당도 프리미엄 수박의 판매량은 같은 기간 163%나 매출이 늘었다. 참외, 자두 등 다른 과일 판매량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여름이 제철인 팥빙수도 예년보다 일찍 모습을 드러냈다. 카페베네, 드롭탑, 파스쿠찌 등 커피전문점들은 지난달 말 이미 빙수 신제품을 선보였다. 지난해에 비해 2, 3주가량 출시가 앞당겨졌다.

‘빨라진 여름’은 특히 패션 부문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백화점 남성복 코너에는 봄철 유행하는 트렌치코트 대신 공기가 잘 통하는 리넨이나 시어서커 소재의 제품이 이미 들어섰다. 지난해 대비 2주가량 앞선 모습이다. 더운 날씨가 계속되면서 여름옷을 찾는 고객도 늘고 있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이달(1∼22일) 기준 남성 여름 패션 상품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6.4%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수영복 매출도 지난해와 비교해 12.3% 늘었다.

여름의 존재감이 커지면서 유통업계에서 봄은 점점 실종되고 있는 추세다. 업계에 따르면 트렌치코트, 카디건, 재킷 등 간절기 의류 아이템의 물량은 지난해 4월보다 15%가량 줄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여름이 빨라지면서 판매 기간이 짧은 간절기 아이템 생산을 점차 줄이고 있다”며 “이상 기온의 영향으로 기존 시즌별 패션 공식들이 깨지고 있다”고 말했다.

속이 꽉 찬 ‘봄 꽃게’도 올해 이상 기온으로 어획량이 30% 이상 크게 줄면서 가격이 급등했다. 업계에 따르면 이달 봄 꽃게의 kg당 가격은 작년 대비 1만 원가량 오른 3만7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높은 가격 때문에 대형 마트에선 울며 겨자 먹기로 봄 꽃게 대신 냉동 꽃게를 판매하는 실정이다. 서해수산연구소는 올해 서해 앞바다의 수온이 평소보다 1∼2도가량 낮아 꽃게가 수면 아래쪽으로 이동하면서 어획량이 크게 줄었다고 분석했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현대백화점#여름#반팔셔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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