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사각형의 주차 칸에 차를 넣을 수는 있지만 양쪽의 남는 공간이 너무 좁아 차문을 열고 내리기 곤란한 상황. 후진만 하면 주차가 가능하도록 주차 칸 앞에 차를 세운 뒤에 차량에서 내렸다. 스마트키에 있는 후진 버튼을 누르자 차는 천천히 후진하며 정확하게 주차됐다. 다시 전진 버튼을 누르자 차량은 앞으로 나와 탈 수 있는 상태가 된다.
현대자동차가 지난달 출시한 신형 쏘나타에는 이 같은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 기능이 적용됐다. 스마트키에 있는 전진과 후진 버튼을 누르면 자동차가 움직이고 스스로 핸들을 조금씩 돌리면서 주차하고 다시 탈 수 있는 상태로 조정할 수 있는 기능이다.
BMW와 메르세데스벤츠 등이 원격으로 주차와 출차가 가능한 기술을 선보인 상황에서 현대차도 지난해 출시한 수소연료전지차 넥쏘에 운전자가 차에서 내린 상태에서 평행주차와 출차, 직각주차 등을 할 수 있는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RSPA)’ 기능을 적용한 바 있다. 현대차는 신형 쏘나타에도 비슷한 역할을 할 수 있는 보급형 주차 보조 기능을 넣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좁은 주차 공간 때문에 발생하는 사회적 문제가 점점 늘어나고 고객들의 불편도 커지면서 이를 기술을 통해 해결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열풍 속에서 대형차를 요구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이 때문에 과거에 만들어진 폭이 좁은 주차 칸에 주차하기가 힘들어지는 상황이 급증하는 추세다. 주차장 한 칸의 면적이 작은 도심에서 차 문을 열면서 옆 차에 흠집을 내는 이른바 ‘문콕’은 사회 문제로까지 떠올랐다. 이 때문에 주차장 한 칸의 폭을 20cm 더 넓히는 이른바 ‘문콕방지법’이 시행됐지만 기존 건물의 주차장엔 적용되지 않자 첨단 기술로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가 나타나는 것이다.
신형 쏘나타에 옵션 형태로 적용된 이 기능은 현재 출시되는 차량의 3분의 1가량에 탑재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국내 주차장 상황을 감안해 올해 출시될 기아차의 신형 K5를 비롯해 적용 차종을 더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주차 문제뿐만 아니라 졸음운전, 음주운전 등 안전과 관련된 사회문제 해결에도 첨단 기술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운전자의 눈 깜빡임 등을 인식해 졸음운전 여부를 판단하거나 음주 여부를 측정해 시동을 걸 수 없게 하는 기술 등을 적극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유럽연합(EU)은 28개 회원국에서 신규 판매되는 승용차에는 운전자가 음주운전을 시도하면 운전대가 자동으로 잠겨 운전을 할 수 없게 하는 장치를 2022년 5월부터 제조사가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했다. EU는 졸음방지 경고시스템, 휴대전화 사용 등을 경고하는 시스템 설치도 의무화할 예정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주차는 물론이고 안전과 환경 문제 등에서 첨단 기술로 사회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이미 개발됐다”며 “적용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감안해도 사회적으로는 이득이 큰 기술을 찾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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