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축구인생 이제 시작… 기다려라, 태극마크”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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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 매치’ 극장골 전북 한승규
2017년 울산 입단, 주전 꿰찼지만 “우승할 팀으로” 치열한 경쟁 선택
올해 5경기 평균 48분 출전 그쳐…“김민재처럼 A매치 단골 되겠다”

“평소 (김)신욱이 형이 ‘내가 머리로 공을 (네 앞에) 떨어뜨려 줄게’라는 얘기를 많이 했어요. ‘마지막 공격’이라는 생각으로 형 옆에 붙어 있는데 정말 그런 기회가 온 거죠.”

K리그1 최강 전북은 28일 올 첫 ‘전설 매치’(전북-서울)에서 10명이 싸운 서울을 상대로 고전했다. 선제골을 넣고도 후반 43분 동점을 허용했을 때는 마치 진 듯한 분위기였다. 언제 종료 휘슬이 울려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 ‘전주성’을 놀라움과 기쁨의 함성으로 가득 차게 한 주인공은 김신욱의 도움을 ‘극장 골’로 연결한 미드필더 한승규(23·사진)였다.

9라운드에서야 첫 골을 신고했지만 한승규는 지난해 평생 딱 한 번 받을 수 있는 ‘영 플레이어상’을 받은 선수다. 축구 명문 서울 언남고를 졸업하고 2015년 연세대에 입학한 그는 대학 졸업장 대신 프로 팀을 택해 2017년 울산에 입단했고, 지난해 31경기에 출전해 5득점, 7도움으로 맹활약했다. 울산에서 입지를 굳힌 상황이건만 그는 전북으로의 이적을 택했다.

“우승에 가장 근접한 팀이라고 생각했어요. K리그에서도,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에서도…. 그런 전북에서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다면 대표팀 선발도 가까워질 것이라고 판단했죠.”

그러나 전·현직 국가대표가 아니면 주전 꿰차기가 골 넣기보다 어렵다는 전북이기에 영 플레이어상 출신이라고 출전이 보장된 것은 아니었다. 한승규는 올해 5경기에 출전해 평균 48분을 뛰었다.

“지난해와 비교해 벤치에 앉아 있는 시간이 크게 늘었어요. 그라운드를 밟아야 뭔가를 보여줄 수 있을 텐데 너무 아쉬웠죠. 무엇보다 팀에 별 도움이 못 된다는 사실에 스스로 실망도 많이 했어요. 그래도 이번 골 덕분에 조금은 아쉬움을 덜어낸 것 같아 다행이죠.”

한승규는 ‘골 넣는 수비수’ 김민재(베이징 궈안)와 대학 동기이자 ‘절친’이다. 전북에서 다시 한솥밥을 먹을 수 있었지만 김민재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중국으로 떠났다.

“3월 6일 ACL 첫 경기 상대가 하필이면 민재 팀이었어요. 그때 전북이 3-1로 이겼는데, 수비에서 실수를 한 민재가 눈물을 보인 게 너무 마음이 아팠죠. 다행히 베이징이 중국 슈퍼리그 선두를 유지하는 데 민재가 잘해 주고 있는 것 같아 좋습니다.”

전북 유니폼을 입은 첫해(2017년) 영 플레이어상을 받은 김민재는 2017년 8월 A매치에 데뷔했고, 지난해 러시아 월드컵 무대도 밟는 등 이미 A매치 19경기를 뛰었다. 반면 한승규는 아직 A매치 기록이 없다.

“지난해 12월 아시안컵을 앞두고 조기 소집 명단에 이름을 처음 올렸어요. 정작 대회에는 출전하지 못했지만 훈련 과정에서 많은 걸 배웠죠. 대표팀에서 자리를 잡은 민재를 보면 부러우면서도 기뻐요. 저도 꾸준히 대표팀에 뽑힐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본격적인 축구 인생은 이제 시작이니까요.”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프로축구#한승규#전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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