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日王 나루히토, 개헌에 비판적 입장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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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회견서 “戰後헌법 지켜야”… 5월 1일 나올 ‘즉위의 변’ 관심 쏠려

다음 달 1일 오전 10시 반 나루히토(德仁) 새 일왕은 일본 왕실의 보물인 거울과 검, 굽은 구슬 등 ‘3종 신기(神器)’를 계승받는다. 이어 국민을 대표하는 총리와 정부 각료, 지방자치단체 대표 등을 만난다. 이때 처음으로 즉위 소감을 밝힌다.

일본과 국제사회는 새 일왕이 내놓을 ‘즉위의 변’에 주목하고 있다. 첫 발언을 통해 그가 재위 기간에 일관되게 유지할 ‘철학’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부친인 아키히토(明仁) 일왕은 1989년 1월 9일 즉위 후 첫 소감으로 “여러분과 함께 헌법을 지키고 평화와 복지 증진을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내놓았다. 실제 그는 정치에 관여하지 않는 상징적 지위를 지키며 ‘전쟁 없는 일본’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평화를 염원하는 메시지도 지속적으로 던졌다. 그 덕분에 ‘왕실에 친밀감을 느낀다’는 비율은 올 4월 조사에서 76%를 기록해 1959년 여론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아사히신문 조사).

1960년생인 나루히토는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태어난 ‘전후세대’여서 전쟁에 대한 부채 의식이 약할 수 있다. 왕족들이 다니던 가쿠슈인학원에서 초중고교를 졸업했다. 가쿠슈인대 진학 때엔 기존 왕실 전통과 달리 사학과에 진학했고 이후 박사과정까지 물류 및 교통과 관련한 역사학을 전공했다. 영국 옥스퍼드대 유학(1983∼1985년) 시절에도 템스강 수운사를 연구했다.

왕세자 신분이지만 대외활동을 자제했기 때문에 그의 생각이 어떤지는 외부에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다. 올해 2월 59세 생일을 앞두고 진행한 언론 인터뷰에서 “국민 곁으로 항상 다가가 기쁨과 슬픔을 함께하면서 상징(일왕)의 역할을 다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부친이 재임한 헤이세이(平成·1989∼2019년) 시대에 대해 “사람들의 생활양식과 가치관이 다양해진 시대”라고 회고하며 “다양성을 받아들이고 발전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부친의 평화 철학과 행보를 계승하겠다는 뜻을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추진 중인 평화헌법 개정과 관련해서는 2014년 기자회견에서의 언급으로 그의 생각을 읽어볼 수 있다. 그는 “지금의 일본은 전후 일본 헌법을 기초로 만들어졌다. 헌법을 지키는 입장에 서서 필요한 조언을 얻으면서 일에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호헌(護憲)을 중시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발언이었다.

새 일왕이 즉위 후 처음으로 만날 외국 정상은 다음 달 26∼28일 일본을 국빈 방문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외교 무대에 공식 ‘데뷔’하는 셈이다.

지난달 12일 도쿄 지요다(千代田)의 고쿄(皇居) 안 신전에서 조상들에게 물러나겠다고 알렸던 아키히토 일왕의 퇴위 의식은 30일 오후 5시부터 약 10분간 진행된다. 이로써 아키히토 일왕은 일본 헌정 사상 첫 퇴위 의식을 마무리하고 ‘조코(上皇)’로 물러난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일본#나루히토 일왕#즉위의 변#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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