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동북부 8개 시군 “수도권서 빼달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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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양평군 양동면에는 산업단지는커녕 총면적이 1000m²를 넘지 않는 기업만 몇 개 있다. 양동면 인구는 4507명. 약 30년 전보다 70%가 줄었다. 양평군 재정자립도는 22.1%로 경기지역 21개 시군 가운데 연천군(20.5%) 다음으로 낮다. 고용률도 59.7%로 전국 최하위권이다. 양평군 관계자는 “우리 군은 수십 년간 중첩되는 규제로 산업단지나 대학 등을 유치할 수도 없었다. 지역발전의 동력을 상실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직선거리로 5km 남짓 떨어진 강원 원주시 문막읍 상황은 정반대다. 동화첨단의료기기산업단지(총면적 32만2001m²)가 있고 그 인근에도 각종 산업단지 12개가 포진해 있다. 기업이 있으니 도시에 활력이 돈다. 문막읍 인구도 약 30년 전에 비해 2배 가까이로 증가해 현재 약 2만 명을 헤아린다.

도(道) 경계선을 마주하는 두 마을의 운명을 천양지차로 가른 것은 1982년 제정된 수도권정비계획법(수정법)이다. 수정법에 따라 한강 수계(水系)의 수질과 녹지 같은 자연환경 보전을 목적으로 수도권에 속하는 양평군에는 군사시설보호구역을 비롯한 7가지 규제가 중첩됐다. 반면 인접한 문막읍은 비(非)수도권인 까닭에 산업단지면적(6만 m² 이하), 공장 건축면적(1000m² 이하 등), 하루 폐수 200m³ 이하 같은 관련 규제를 전혀 받지 않는다.

비수도권 일부 지방처럼 낙후된 지역임에도 수도권이라는 테두리에 갇혀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는 경기지역 일부 시군이 수도권에서 제외해 달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9일 경기도에 따르면 최근 김포 파주 연천 양주 동두천 포천 등 접경지역 6곳과 농촌지역인 양평 가평 등 동북부 8개 시군을 수정법이 규정한 수도권에서 제외해달라는 건의안을 국토교통부에 제출했다. 수정법상 수도권으로 분류돼 각종 규제를 받아 발전이 더디고 낙후한 시군들의 호소를 도가 수용해 정부에 건의한 것이다.

실제 이 8개 시군을 포함한 경기북부 10개 시군은 전국 18개(경기남부를 광역단체로 간주할 경우) 광역시도 가운데 재정자립도 14위, 빈집 비율 17위, 노후주택 17위, 1인당 시가화(市街化) 면적(주거·상업·공업지역) 14위를 기록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조사한 지역낙후도 지수(100에 가까울수록 낙후)를 보면 양평(88) 연천(98) 가평(83)은 강원 원주(63)보다 낙후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도 이 같은 주장에 공감하는 추세다. 앞서 정부는 3일 발표한 ‘예비타당성조사 제도 개편 방안’에서 이들 경기 동북부 8개 시군을 비수도권으로 분류했다.

그러자 경기 남부에 속하는 여주와 이천도 “우리도 수도권에서 제외해 달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자신들도 수정법 피해자인데 경기도가 방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항진 여주시장은 23일 “경기도가 일선 지방자치단체의 의견을 들어보지도 않은 채 일방적으로 수도권 규제개선 건의안을 마련해 정부에 제출했다”며 “여주시는 3000만 명의 식수원인 남한강 때문에 겹치기 규제로 반세기 동안 발전이 정체된 대표적 지역”이라고 주장했다.

이천 지역 시민단체인 이천시민연대도 25일 기자회견을 열어 “이천시는 국가균형발전과 팔당 상수원 보호라는 미명 아래 역차별과 희생을 강요받아 왔다”며 “최근 SK하이닉스 반도체클러스터를 본사가 있는 이천에 유치하지 못한 아픔도 바로 수정법의 규제 탓”이라고 울분을 토로했다.

이경진 기자 lkj@donga.com
#비수도권#수도권#경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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