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대수술… 건강하게 돌아온 미륵사지탑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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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존 국내 最古석탑 보수 준공식
일제가 콘크리트 부어 80년 ‘상처’… 해체-수리에 연인원 12만명 동원
“현대기술 적용 최소화한 복원”

30일 전북 익산시 미륵사지에서 열린 ‘미륵사지 석탑 보수 준공식’. 새롭게 보수하기까지 우리나라 단일 문화재 가운데 가장 오랜 기간인 20년이 걸렸다. 익산=뉴스1
30일 전북 익산시 미륵사지에서 열린 ‘미륵사지 석탑 보수 준공식’. 새롭게 보수하기까지 우리나라 단일 문화재 가운데 가장 오랜 기간인 20년이 걸렸다. 익산=뉴스1
현존하는 국내 최고(最古)이자 최대(最大) 석탑인 전북 익산시 미륵사지 석탑(국보 제11호)이 20년 세월의 보수 공사를 드디어 마무리했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전북도, 익산시와 함께 30일 미륵사지에서 석탑 보수정비 준공식을 개최했다. 20년의 기나긴 해체·수리 과정을 모두 매조지었음을 공식적으로 선포했다. 정재숙 문화재청장은 “미륵사지 석탑 수리는 20년 동안 서두르거나 조급해하지 않았다”며 “석탑 보수·정비를 통해 한국 석조문화재 보존 기술은 세계적 수준으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새로 보수한 미륵사지 석탑은 부재(部材·탑의 재료) 1627개를 짜 맞춰 재탄생했다. 높이 14.5m, 폭 12.5m, 무게는 약 1830t이다. 서동요의 주인공인 백제 무왕(재위 600∼641년) 때 건립한 미륵사지 석탑은 마치 목탑처럼 석재를 쌓아 올린 독특한 조형미를 자랑한다. 3탑 3금당(金堂·부처를 모신 건물)의 가람 배치로 이뤄진 미륵사 서쪽에 위치하는데, 2009년 해체 과정에서 사찰 건립 시기가 639년이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사리봉영기도 발견했다.

원래 9층으로 추정되는 석탑은 시간이 흐르면서 6층만 남았고, 서측 일부는 붕괴했다. 이를 일제가 1915년 콘크리트로 긴급 수리해, 이후 석탑은 약 80년 동안 콘크리트에 엉겨 붙은 채 버텼다. 서쪽에서 보면 콘크리트 덩어리처럼 보였던 석탑은 1999년 문화재위원회가 구조가 불안정하다는 안전진단 결과를 반영해 해체·수리를 결정하면서 대역사에 돌입했다.

미륵사지 석탑은 국내 단일 문화재로는 가장 오랜 기간인 20년을 수리하면서 다양한 연구 성과를 쏟아냈다. 석탑과 관련해 집계된 학술 발표가 18건이고, 연구논문 14건, 학위논문 5건, 책자 9권이 나왔다. 복원 관련 특허 등록도 5건에 이른다. 보수에 참여한 연인원은 12만 명이다. 특히 이번 보수공사를 계기로 추론에 의한 복원을 지양하고, 훼손된 부재는 과학적 방법으로 보강해 최대한 재사용하며 현대적 기술 적용을 최소화한다는 문화재 복원의 새로운 기준을 정립하기도 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미륵사지탑#20년 보수 공사#우리나라 단일 문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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