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해안서 어부들이 발견
목줄 양쪽에 카메라 고정장치 ‘상트페테르부르크 장비’라 표기돼
1차대전때부터 전투에 동물 활용… 美, 포유류 수중어뢰 탐색작전 투입
러, 옛소련때부터 전투 돌고래 운영
노르웨이 해안에서 카메라 목줄을 한 벨루가(흰고래)가 발견됐다. 해양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러시아 해군에서 ‘스파이 훈련’을 받은 고래일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지난달 26일 노르웨이 잉외위아섬 인근 해안에서 작업을 하던 어부들이 벨루가를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어부 요아르 헤스텐 씨는 노르웨이 NRK방송에 “고래가 배 쪽으로 가까이 다가와 살펴보니 목줄 같은 것을 하고 있었다”며 “고래는 매우 순했고 사람에게 익숙해 보였다. 배에 몸을 문지르며 도움을 청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목줄 양쪽으로 미국 카메라 브랜드 고프로(GoPro)의 카메라 고정 장치가 붙어 있었고 줄 안쪽에는 ‘상트페테르부르크 장비’라고 쓰여 있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이를 근거로 해양 전문가들은 이 고래가 인근 러시아 무르만스크 해군기지에서 군사 훈련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했다. 노르웨이해양연구소의 해양 포유류연구원 마르틴 비우브는 “이 고래가 배를 탐색한 뒤 물 위로 올라와 입을 벌리는 행동을 했다. 수색을 마친 뒤 보상으로 생선을 받도록 훈련된 것 같다. 보통의 해양 연구원들은 이런 훈련을 시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어부들은 목줄을 푼 뒤 고래를 바다로 돌려보냈다.
옛 소련 해군의 돌고래 훈련사 출신인 콜 빅토르 바라네츠는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돌고래를 스파이로 쓴다면 목줄에 이름표를 붙여 놓았겠느냐”며 “돌고래를 군사용으로 훈련시키는 것은 사실이지만 해저 탐지와 적군 다이버 사살 용도로 활용한다. 스파이로 활용하지는 않는다”고 반박했다. 적어도 군사적 용도로 활용됐을 가능성은 열어 놓은 셈이다.
러시아는 1980년대 옛 소련 시절부터 ‘전투 돌고래 부대’를 운영해왔다. 해저 탐지와 적군 선박 수색 임무를 주로 훈련시켰고 칼, 무기를 매달아 적군을 사살하는 ‘킬러 돌고래’도 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물의 권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1990년대 들어 공식적으로는 동물 군사훈련 종료를 선언했지만 러시아 당국은 2016년 큰돌고래 3∼5마리를 구입했다고 가디언은 보도했다.
상당수 나라의 군대에서도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동물을 훈련시켜 전투에 투입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군사용 동물은 새다. 독일군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비둘기들이 부대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돌아오도록 훈련시켰고 비둘기에 카메라를 달아 정찰용으로 썼다. 지난달 예멘에서는 연구 목적으로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몸에 달고 하늘을 날던 독수리가 군사용 독수리로 오해를 받아 정부군에 포획되기도 했다.
미군도 1960년대부터 ‘해군 해양 포유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바다표범과 돌고래를 훈련시켜 수중 어뢰를 탐색하는 등의 임무를 맡긴다. 제2차 세계대전 때는 상어에게 폭탄을 부착해 적군의 배에 근접하면 터뜨리는 ‘자살 폭탄 배달’ 실험을 하기도 했다. 군사용 동물은 베트남전과 2003년 걸프전쟁 당시 실제 군사작전에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