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설 돌던 IS 최고지도자… 선전영상 공개 통해 건재 과시
“십자군 자리 뒤흔든 부활절 테러… 바구즈 형제들 억압에 대한 복수”
일각 “영토상실로 장악력 떨어져”… 사촌은 “무자비한 통치자” 비판
2014년 7월 이후 자취를 감췄던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최고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가 5년 만에 동영상에 등장해 기독교에 대한 ‘복수전’을 선언했다. IS가 지난달 21일 253명이 숨진 스리랑카 폭탄테러의 배후를 자처한 상황에서 IS의 추가 테러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지난달 29일 보도했다.
IS 미디어조직 알푸르칸은 이날 바그다디의 발언 모습이 담긴 18분짜리 선전 동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 등장한 남성은 과거 그의 외모와 흡사했지만 덥수룩한 흰 수염 등 나이가 든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AK 소총을 옆에 세워둔 채 IS 대원으로 추정되는 남성 3명과 함께 등장해 “시리아 바구즈 전투는 무슬림 사회를 향한 (서방의) 야만적이고 잔학한 모습을 그대로 보여 줬다. 심판의 날까지 투쟁을 계속하자”고 촉구했다.
바구즈는 시리아 내 IS의 최후 거점 지역이다. 3월 말 미국 지원을 등에 업은 쿠르드족 주도의 시리아민주군(SDF)은 바구즈를 점령해 IS 소멸을 알렸다. 바그다디는 동영상 마지막 부분에서 “스리랑카 테러는 바구즈 상실에 대한 복수”라고 주장했다. 그는 “바구즈 형제들의 복수를 위해 스리랑카에서 형제들이 부활절에 십자군(기독교인)의 자리를 뒤흔들었다”고 말했다.
바그다디는 2014년 6월 “칼리프 국가 건설”을 공식 선포한 후 동영상이 아닌 육성 메시지만 남겼다. 육성 메시지가 공개된 것 또한 지난해 8월이 마지막이어서 그의 사망 및 부상설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본거지를 잃은 IS가 건재 사실을 주장하기 위해 이번 동영상을 제작해 공개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한 스리랑카 테러에서 보듯 탈(脫)중동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IS를 전 세계를 겨냥한 국제 테러조직으로 확대시키려는 의도도 담겼다고 보고 있다.
CNN에 따르면 IS는 아직도 이라크, 시리아, 북아프리카 등에 약 1만5000∼3만 명의 대원을 보유하고 있다. 바그다디 또한 이라크 서부 혹은 시리아 동부 인근에 숨어 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미국 정부는 바그다디에게 알카에다의 옛 두목 오사마 빈라덴과 같은 최고 2500만 달러(약 290억 원) 현상금을 내걸었다.
일각에서는 바그다디의 IS 내 입지가 예전 같지 않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이날 “바그다디의 장악력이 영토 상실과 함께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바그다디의 사촌 겸 IS 간부 아부 무함마드 알 후세이니 알 하시미는 최근 231쪽 분량의 책자를 내면서 바그다디를 ‘억압적이고 폭력적인 무자비한 통치자’라고 혹평했다. 하시미는 “IS 대원들이 현 지도부에 반기를 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