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경기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은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업부장을 맡고 있는 정은승 삼성전자 사장에게 이같이 물었다.
문 대통령의 질문 직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화성사업장에 대한 설명을 마친 정 사장에게 “다음 (파운드리 생산라인 공장은) 평택에 지을 거죠?”라며 시스템 반도체에 대한 추가 투자 계획을 내비쳤다. 이에 정 사장이 “네. 저한테 내부적으로 주신 숙제니까요”라고 답하자 문 대통령이 곧바로 “자신 있느냐”며 재확인한 것.
이날 문 대통령의 취임 후 첫 삼성전자 국내 공장 방문은 이 부회장의 초청에 문 대통령이 화답하면서 이뤄졌다. 1월 15일 ‘기업인과의 대화’ 직후 청와대 경내 산책에서 이 부회장이 문 대통령에게 “저희 공장이나 연구소에 한 번 와 달라”고 초청 의사를 전하자 문 대통령은 “삼성이 대규모 투자를 해서 공장을 짓는다거나 연구소를 만들면 언제든지 가죠”라고 답했다. 이어 청와대가 시스템 반도체를 집중 육성 3대 신산업으로 지정하고 삼성전자가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에 133조 원을 투자하기로 하면서 석 달여 만에 문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약속이 지켜지게 된 셈이다.
문 대통령과 이 부회장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오후 3시 반까지 삼성전자 EUV(극자외선)동 건설현장 시찰 등 90분을 함께 보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현대모비스 등 52개 기업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물론이고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김수현 정책실장 등이 총출동한 이날 행사에선 이 부회장이 직접 문 대통령을 영접하고 안내했다.
지난해 7월 인도 삼성전자 노이다 신공장 방문 이후 문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만남은 이번이 일곱 번째다. 이날 만남에서 문 대통령은 행사를 마치고 차량에 탑승하기 전 이 부회장의 등을 두드리거나 직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문 대통령은 “시스템 반도체 파이팅, 대한민국 파이팅”을 외치기도 했다. 이 부회장 역시 EUV동 시찰 과정에서 정 사장이 “20조 이상을 투자해서 만드는 설비”라고 말하자 “이거 짓는 돈이 인천공항 3개를 짓는 비용”이라고 말해 문 대통령을 포함한 일행이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다만 청와대는 이 부회장이 재판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문 대통령이 삼성전자 국내 공장을 방문한 데 대해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오늘 행사는 삼성전자에서 진행되긴 했지만 중요한 것은 삼성이 무엇을 했다는 것보다 우리 정부가 앞으로 시스템 반도체 육성을 중점 추진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 재판에 대해선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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