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7개 양의지 등과 공동선두, 작년 40개 넘게 치던 페이스 유지
주춤했던 박병호, 4번 복귀 뒤 펑펑… 6경기서 4방 파괴력 되찾아
김재환, 밀어치기로 넘기는 괴력… 같은팀 페르난데스 혀 내둘러
KBO리그를 호령하던 거포들의 홈런이 확 줄었다. 하지만 홈런왕 출신 김재환(두산·2018시즌)과 박병호(키움·2012∼2015시즌)는 홈런 몰아 치기에 나서며 페이스를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이들 역시 홈런 없는 경기가 많아 “공인구 영향을 받는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들은 지난달 중순부터 홈런을 몰아 치며 어느새 7개로 홈런 부문 공동 선두에 나란히 올랐다. 현재 이들 외에 두산의 호세 페르난데스, NC 양의지 등 4명이 공동 선두다.
공인구 반발계수 감소는 전반적인 영향을 가져왔다. 지난 시즌 홈런 상위 5위 안에 든 선수들 중 로맥, 한동민(이상 SK), 로하스(KT)의 시즌 초반 홈런 수는 지난 시즌 같은 기간에 비해 절반 정도 줄었다. 하지만 박병호 김재환의 페이스는 지난해와 다르지 않다. 지난해 3, 4월 김재환은 홈런 8개를, 종아리 부상으로 4월 중순부터 한 달 넘게 결장한 박병호는 4개를 쳤다. 대동소이(김재환)하거나 지난해보다 오히려 나은(박병호) 셈이다. 안경현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파워, 타격 기술에서 두 선수는 다른 경쟁자들과 비교가 안 된다. 맞는 순간 홈런임을 직감케 하는 힘 있는 타구로 반발계수 감소 우려를 불식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일종의 ‘자극제’도 두 선수의 홈런 레이스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김재환은 올 시즌 팀 내에서 제대로 된 경쟁자를 만났다. ‘타격 전문가’라 불리는 외국인 타자 호세 페르난데스다. 김재환의 타격 훈련 파트너이기도 한 페르난데스는 타율 0.386으로 1위에 올라 있다. 15위 김재환(0.311)에게 크게 앞서 있다. 김재환에게 “홈런에서도 따라잡겠다”며 농담 섞인 엄포를 놓는 페르난데스지만, 다른 이들에겐 “홈런왕에 오른 김재환처럼 밀어 쳐서 담장으로 넘길 재간이 없다”며 김재환의 기를 살려주고 있다. 페르난데스의 홈런 7개는 좌타자인 그가 모두 오른쪽 담장을 넘긴 ‘당겨 친’ 타구다.
‘강한 2번 타자’의 유행 속에 시범경기부터 2번, 개막 후 3번 타순으로 ‘외도’에 나섰던 박병호도 오랜만에 자기 자리를 찾으며 펄펄 날기 시작했다. 3번 타자로 나서 타율 0.288, 홈런 2개로 시들했던 박병호는 지난달 25일 4번 붙박이로 복귀한 뒤 6경기에서 홈런 4개를 몰아 쳤다. 전체적으로 올 시즌 4번 타순에서 박병호는 타율 0.441, 홈런 5개를 기록해 ‘무시무시한 4번’으로 제 역할을 하고 있다. 데뷔 후 ‘4번 타자 루틴’으로 선수 생활을 해 온 박병호가 제자리로 복귀한 뒤 심리적 안정을 되찾으며 본궤도에 올랐다는 분석이 많다.
정교한 타율에 기반을 둔 페르난데스, 양의지(0.357)가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도전장을 던지고 있지만 체력 부담이 상당한 포수(양의지), KBO리그 첫 시즌(페르난데스)이라는 부분은 장기 레이스를 두고 봤을 때 약점으로 꼽힌다. 시즌 중반 무덥고 습한 날씨 또한 홈런 레이스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홈런 감소 우려로 쏟아진 각종 질문에도 “어차피 넘어갈 공은 넘어간다”면서 허허 웃으며 예년처럼 홈런을 치고 있는 ‘홈런 전문가’들의 정면승부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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