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디저트 중에 ‘파리브레스트(Paris-Brest)’라는 케이크가 있다. 이 디저트는 동그란 바퀴를 연상시키는데 1891년부터 시작된 ‘파리-브레스트-파리 자전거 경주’를 기념하고자 만들었기 때문이다. 저널리스트이자 정치인인 피에르 기파르가 1910년 프랑스의 제과사인 루이 뒤랑에게 의뢰를 해 만든 디저트다.
그로부터 100여 년 동안 파리브레스트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디저트로 사랑받았다. 프랑스 과자점의 수준과 지향점을 평하자면 파리브레스트를 척도로 삼아도 좋다. 맛의 핵심은 슈와 크림에 있다. 동그란 모양의 슈는 수분을 날리듯 구워준다. 크림을 하단과 상단에서 지탱해 주어야 하기에 크림의 수분이 흡수돼도 눅눅해지지 않고 바삭함을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다. 크림은 파티시에가 그리는 맛의 도화지이다. 크렘무슬린(버터에 이탈리안 머랭의 조합), 커스터드크림(생크림과 계란노른자, 바닐라 빈의 조합)에 견과나 초콜릿으로 개성을 표현한다.
‘메종엠오’에서는 이 디저트의 이름을 ‘파리-브레스트-서울(Paris-brest-Seoul)’이라 붙였다. 파리와 브레스트를 잇고 최종 목적지는 서울이다. 크림은 캐러멜 향이 나는 초콜릿으로 심플하게 표현했다. 다크와 화이트의 조합으로 캐러멜 향을 연출한 고급스러운 초콜릿이다. 중간에 샌드된 고소한 비스퀴는 말랑한 슈와 보드라운 크림 사이에서 씹는 리듬감을 준다. 특히 슈의 상단에 자리한 깨와 소금의 과자로 ‘단짠’의 묘미를 주고, 쌀튀밥과 견과 비스킷으로 친근하고 익숙한 서울식 과자 맛을 연출했다.
오픈한 지 1년이 되지 않았지만 인지도가 급부상한 파티스리로 ‘랑꼬뉴(Linconnu)’가 있다. 프랑스의 명인들을 사사한 디저트의 철학에 우리 식재료의 맛을 더했다. 특히 파리브레스트는 3가지가 블렌딩된 크림이 인상적인데 크렘무슬린 베이스에 커스터드크림은 계란노른자의 크림에 바닐라 빈을 깊이 스며들도록 했고, 오랜 시간 서서히 로스팅해 고소한 맛을 최고조로 끌어올린 호박씨를 섞었다. 최근에는 수입 견과류 대신 봉평산 메밀을 로스팅하여 독창적 크림 스타일을 탄생시켰다.
클래식한 디저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라그랑자트(La Grande Jatte)’에서는 이 디저트의 이름이 ‘파리-그랑자트’이다. 슈와 크림은 초록의 꿈 그랑드자트섬으로 가는 길로 재해석됐다. 슈는 얇고 바삭하게 구웠으며 구운 피스타치오를 뿌렸다. 중간에 큐브형 슈트로이젤(소보로처럼 씹히는 쿠키)을 넣어 고소하다. 크림은 바닐라 향이 그윽하며 피스타치오의 초록빛과 산뜻하고도 고소한 맛이 숲을 이룬다. 특히 프랑부아즈 쿨리(농도가 진한 젤리 식감의 라즈베리 소스)가 상큼하니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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