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대박’ 특허로 이어지고 기업은 해외로 특허를 가지고 나가 국부를 창출할 수 있어야 합니다.”
박원주 특허청장(55)은 1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특허청 개청 42년이 됐지만 이처럼 지극히 당연해 보이는 목표가 정책의 최우선 과제인 적이 한 번도 없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박 청장은 지난해 9월 취임 이후 특허청의 역할에 대해 내부 토론과 연구를 강도 높게 진행해왔다. 올 3월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한국의 지식재산 시스템 수출협약을 맺은 그는 다음 달 13일 인천 송도에서 열리는 지식재산 선진 5개국(IP5) 회의 준비로 분주하다. 다음은 일문일답. ―특허청 역할이 달라져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는데….
“그동안 우리는 특허를 많이 생산하고 공급하는 데 주력했고 그 목표는 훌륭히 달성했다. 하지만 그 특허를 활용하고 환류하게 해 새로운 지식재산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데는 아주 많이 부족했다. 정원사가 나무를 열심히 다듬었는데 한쪽에 치우쳐 수형(樹形)이 균형을 잃었다. 이제 특허보호와 시장 형성, 해외 진출 등이 강조돼야 한다.”
―특허 수형이 균형을 잃은 근본 원인은 무엇인가.
“특허 보호가 제대로 안 된다는 점이다. 그렇다 보니 창의적인 대박 아이디어가 안 나온다. 이대로 가다가는 특허의 공급도 줄어 시장 형성은 요원하다. 대한민국 산업생태계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스타트업이 동반 성장하지 못하는 것은 기술 탈취가 만연한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구조에서는 압축성장은 몰라도 지속가능한 성장은 불가능하다.” ―특허보호 대책은 있나.
“지식재산 침해 행위는 혁신성장과 공정경제를 가로막는 주범이다. 침해했다가는 낭패를 본다는 인식이 확산되도록 하겠다. 피해자 손해액의 3배를 배상하는 특허법 개정안이 7월 시행된다. 특허 침해자가 훔친 특허로 본 이익 전부를 그 손해액으로 산정하는 강력한 추가 대책도 마련 중이다. 고도의 전문지식을 가진 특별사법경찰이 특허와 영업비밀, 디자인 침해사건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 ―새로운 변화를 기대해도 좋은가.
“특허가 보호되면 거래가 활성화되고 공정가격이 생겨 시장이 형성된다. 이 분야에서 금융이 활성화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도와주면 특허를 가지고 해외에서 승부하는 기업이 늘어날 것이다.” ―아랍에미리트(UAE)에 이어 3월 사우디아라비아와도 지식재산 협력계약을 체결했다.
“국내 지식재산 전문가를 많게는 15명 사우디에 파견해 한국 지식재산 프로그램 운영 노하우를 제공한다. 사우디는 지식재산 전략 수립과 특허행정 자동화 시스템 개발, 중소기업 및 개인에 대한 지식재산 상담도 바란다. 5년 전 우리 특허정보 시스템을 수입한 UAE는 공무원 파견을 연장해달라고 요구했다. 두 나라를 중동과 북아프리카 재식재산 시장 허브로 활용할 계획이다.”
―그들이 우리를 선호하는 이유가 있나.
“다른 나라가 100년 걸린 특허행정을 한국은 50년 만에 성취했다. 후발국은 이런 압축성장 노하우를 원한다. 정보기술(IT) 기반의 원스톱 서비스 특허정보 시스템을 도입하고 싶어 한다. 이런 노하우와 기술을 구입할 여력이 없는 아세안 국가들에는 차관을 활용해 지원하려 한다. 우리 지식재산 기술과 방식을 수용하는 국가가 많아지면 우리 기업의 진출 무대가 넓어진다.”
―IP5 회의에서는 무엇을 논의하나.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에 따른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신기술을 어떻게 지식재산권으로 보호할지, 이러한 기술을 어떻게 특허행정에 활용할지를 구체적으로 논의한다.”
―특허를 국가와 사회 문제의 해법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데….
“약 4억2000만 건에 이르는 세계 특허는 평가 철학과 방식, 기준이 유사한 세계 공통 언어다. 구체적인 명세가 붙어 참조하기에 더없이 좋은 빅데이터다. 특허의 목적은 문제 해결이고 돈을 염두에 둔 것이어서 활용하기에 따라 국가와 사회 문제를 푸는 법을 제시할 수 있다. 이런 점에 착안해 디스플레이산업에 대한 전 세계 특허를 분석해 산업통상자원부에 제공했다. 삼성이나 LG 같은 대기업도 이 자료에 관심이 있는 걸로 안다. 우리가 안고 있는 국가와 사회 난제를 해결하는 돌파구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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