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학생수 10배 이상 늘고 英대학평가서 아시아 1위 기록
전 강좌 100% 영어 강의 등 호평… 맞춤형 연구개발로 창업도 활발
과거 낚시꾼들이 물고기를 잡던 ‘까막못’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본관과 도서관(학술정보관), 공학관 등 부채꼴 모양으로 늘어선 대학 건물 12채의 한가운데 있는 호수가 학교가 들어서기 전 농업용 까막못이었다는 것만 짐작할 뿐이었다. 개교 10년을 맞아 최근 찾은 울산과학기술원(UNIST)이 상전벽해처럼 변해 있었다.
UNIST는 2009년 3월 울산과학기술대란 이름으로 개교했다. 2015년 9월 28일에는 국내 네 번째 과학기술원인 울산과학기술원으로 전환했다. UNIST에는 정부가 건축비와 기기 구입비 등 8000억 원을, 울산시와 울주군 등 지방자치단체가 부지 매입비와 발전기금 등 3000억 원을 내놓아 모두 1조1000억 원이 투입됐다.
10년간 전임 교수는 47명에서 325명으로, 학생 수는 500명에서 10배 이상으로 늘었다. 지난해 정보 분석 기업인 클래리베이트가 발표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연구자(HCR) 명단에 UNIST 교원 8명이 포함됐다. 8명 이상이 포함된 국내 대학은 서울대와 UNIST뿐이었다. 네덜란드 레이던대가 논문의 질을 중심으로 내놓은 평가에서 UNIST는 2017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국내 대학 1위를 차지했다. 영국의 대학평가기관 THE의 지난해 세계대학평가에서 UNIST는 국내 6위, 세계 47위였다. 논문 피인용도 점수는 국내 1위였다. 학생 수 5000명 이하 대학을 대상으로 한 THE 평가에서는 아시아 1위, 세계 6위에 올랐다.
이 같은 성과에 대해 정무영 총장은 “모든 교육 과정을 ‘인류의 삶에 공헌하는 세계적 과학기술선도대학’이라는 비전에 맞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 강좌를 100% 영어로 강의하고 정보기술(IT)에 기반을 둔 온라인 교과운영 시스템(LMS)을 도입했다. 2개 전공을 의무화하는 등 학생들에게 융합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지역 맞춤형 연구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이 결과 UNIST 교원이 창업한 회사는 37개사나 된다. 전체 교원 10명 중 1명이 사장인 셈이다. 바닷물로 전지를 개발하는 ㈜포투원과 게놈 기반 질병 조기진단 기업인 ㈜클리노믹스, 무약품 급속냉각 마취 의료기기 전문기업인 ㈜리센스메디컬 등은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기업이다. 학생 창업 전용공간으로 2017년 문을 연 ‘UNISPARK’에는 45개 스타트업이 입주해 있다.
17∼25일에는 캠퍼스에서, 다음 달 1, 2일에는 울산대공원에서 개교 10주년 기념행사가 열린다. 행사의 주제는 ‘열 살 UNIST, 열 번째 다리를 놓다’. 열 번째 다리는 캠퍼스에 있는 다리 9개 다음으로 놓일 가상의 다리다. 9개 다리는 호수에서 흘러나오는 실개천을 건너기 위해 만들었다. UNIST는 모교 출신 교수와 학생 가운데 노벨상이나 그에 상응하는 성과를 낸 사람의 이름을 붙이기 위해 아직 다리 이름을 짓지 않고 있다.
UNIST는 2030년까지 세계 10위권 연구중심대학으로 도약하고, 2040년까지 발전기금 100억 달러(약 12조 원)를 조성하는 것이 목표다. 정 총장은 “UNIST의 개교와 성장은 모두 울산시민과 자치단체의 성원 덕분에 가능했다. 울산에 보답하는 길은 세계적인 대학으로 성장하는 것인 만큼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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