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한나라당 3명 이후 처음
“동참의사 밝힌 의원 10여명 달해… 상황에 따라 2차 삭발식 진행”
지도부는 ‘경부선 라인’ 순회집회 “좌파 독재 끝내고 경제 살려야”
“전신인 민정당까지 거슬러 올라가도 창당 이래 가장 많은 현역 의원이 참여한 삭발식이다.”
2일 국회 본청 계단 앞. 김태흠 이장우 윤영석 성일종 의원 등 자유한국당 의원 4명이 패스트트랙 지정에 항의하기 위해 삭발하는 장면을 지켜본 한국당 고위 관계자는 탄식하듯 이렇게 말했다. 삭발식엔 원외인 이창수 충남도당위원장(충남 천안병 당협위원장)을 포함해 5명이 참여했다. 지난달 30일 먼저 삭발을 했던 박대출 의원까지 포함하면 머리를 깎은 한국당 현역 의원은 5명.
김태흠 의원은 지난달 30일 패스트트랙이 지정된 직후부터 삭발에 동참할 의원들을 모았다. 청와대와 여당에 대한 항의 메시지 표현 수단으로 삭발만 한 게 없다고 판단한 것. 김 의원은 여성인 나경원 원내대표에게도 삭발을 제의했지만 논의 끝에 “더 중요한 국면에서 사용할 히든카드”로 쓰기 위해 보류했다고 한다. 전날 밤까지 최교일, 이만희 의원 등도 삭발 의향을 밝혀 10여 명까지 삭발 인원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대변인단 또는 법률지원단 소속으로 언론 앞에 나설 일이 많은 당직자들은 나중에 2차 삭발을 진행하기로 했다.
김 의원 등은 삭발식에서 “좌파 장기집권에 눈이 멀어 헌법의 가치도 우습게 여기는 세력, 힘이 생겼다고 자신이 했던 말도 뒤집는 후안무치한 좌파 집권 세력에 맞서 분연히 일어나 싸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원들이 애국가를 4절까지 두 차례 부르는 동안 김 의원 등은 눈을 감은 채 머리를 깎았다. 일부 여성 당원은 머리칼이 뚝뚝 떨어지는 것을 보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우파 정당, 특히 한국당에서 이런 집단 삭발은 드문 일이다. 최근 사례만 봐도 삭발은 좌파 정치 세력의 전유물처럼 인식됐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법무부 장관이던 당시 추진한 통합진보당 위헌정당 해산 청구에 항의해 2013년 당시 통진당 이상규 김재연 의원 등 5명이 삭발한 게 정치권에서 벌어진 마지막 집단 삭발식이었다.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지지층 상당수가 중년 이상인 만큼 ‘우리가 이런 것까지 해야 하느냐’는 인식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국당 의원들의 집단 삭발은 2007년 야당 시절이 마지막. 한나라당(현 한국당) 원내부대표단 김충환 신상진 이군현 의원 등 3명이 사립학교법 재개정 관철을 주장하며 삭발했다. 한국당 관계자는 “삭발 참여 의향을 보이는 의원들이 더 늘어나고 있으며, 그만큼 여권의 폭주에 대해 의원들이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한편 이날 한국당 지도부는 하루에 서울역과 대전역, 동대구역, 부산역 등을 차례로 방문해 집회를 열었다. 지도부가 직접 패스트트랙 법안의 문제점을 설명한 홍보물을 나눠주기도 했다. 황 대표는 대전역에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경제를 살리는 것이지, 무슨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법이냐”며 “국민과 함께 좌파독재정권을 끌어내 경제와 민생을 확실하게 되살리는 먼 여정을 시작하겠다“고 했다. 나 원내대표는 동대구역에서 “국민의 밥그릇을 챙기기 위해 말도 안 되는 좌파독재 선거법을 막아보려 하는데, 도와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 대표는 문재인 정부 출범 2주년인 10일을 앞두고는 부산에서 출발해 서울까지 400여 km 구간을 이동하는 ‘국토 대장정’으로 전국순회 투쟁을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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