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병원이 치료 과정에서 공포를 느끼는 어린이 환자를 안심시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알록달록한 색으로 병실 벽을 칠하기도 하고 ‘뽀로로’처럼 친숙한 인형을 놓아두기도 한다. 하지만 아직 변하지 않은 것도 있다. 링거를 거는 거치대가 대표적이다. 팔에 주삿바늘을 꽂고 장시간 기다려야 하는데 링거 줄이 거추장스럽게 걸려 있고 어른도 잡고 이동하는 데 번거로운 링거 거치대는 어린 환자에겐 큰 공포감으로 다가선다. 국내 인간공학 연구자와 기업이 힘을 합쳐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이런 공포감을 없앤 신개념 링거 거치대를 개발했다.
김차중 울산과학기술원(UNIST) 디자인 및 인간공학부 교수팀과 디자인기업 ‘디자인부산’은 어린이의 공포를 줄이는 새로운 링거 거치대 ‘아이몬(iMON)’을 개발했다. 아이몬은 3월 세계 3대 디자인상으로 꼽히는 ‘2019 iF 디자인어워드’ 본상을 수상하며 해외에서 먼저 이름을 알렸다. 지금은 내년 초 제품 출시를 위한 추가 디자인 작업을 진행 중이다.
아이몬의 특징은 병원 치료에 공포를 느끼는 어린이 환자들에게 주사를 맞는 동안 잠시나마 다른 경험을 유도한다는 데 있다. 좌석이 장착돼 있어 아이들이 타고 이동할 수 있다. 김 교수는 “타는 즐거움을 통해 링거를 맞는 두려움을 없애고 입원 생활을 긍정적으로 기억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테이블도 설치해 링거를 맞으면서 편하게 동화책을 읽거나 보드게임을 할 수 있다.
익숙하지 않은 모습은 가리고, 친숙함은 더한 점도 특징이다. 링거 줄이 꼬이지 않게 하는 장치와 진단기기, 산소탱크는 뒤쪽 수납공간에 두어 보이지 않게 했다. 색상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만 골랐다. 김 교수는 “실제 병원 환자를 관찰한 데이터와 부모 및 간호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설계를 완성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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