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靑 가세한 與野 소모적 대치, 민생 귀 막고 총선만 볼 건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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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그제 사회 원로 초청 간담회에서 ‘중단 없는 적폐청산’을 강조한 이후 패스트트랙 대치 정국이 더 악화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적폐청산이 국민들의 요구”라며 이전 정권의 적폐를 적당히 덮는 선에서 야당과 타협은 없다고 했다. 자유한국당은 “대통령 한마디에 온갖 과거를 들쑤시는 정권”이라며 장외투쟁 수위를 높여가는 총공세를 예고했다. 패스트트랙 여진을 수습해야 할 정치권이 민생은 아랑곳없이 전면전에 돌입하는 양상이다.

사회 원로들이 국민 통합을 주문한 것은 제도 개선보다는 처벌 위주로 지속되는 적폐청산의 피로감을 반영한 것이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국정 스타일 변화나 정책 기조 수정은 없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어느 때보다 협치와 소통이 절실한 시기에 이처럼 단호히 선을 긋는 대통령의 태도는 우려스럽다. 문 대통령은 원로들에게 “어느 정권보다 야당을 많이 만났다”고 했으나 현 정권이 얼마나 열린 자세로 국민과 야당의 의견을 경청하고 소통했는지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여권은 적폐청산 이슈의 지속이 핵심 지지층 결속을 가져와 총선 전략에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 하지만 지지층 결집만 노린다면 전체 국민을 상대해야 할 국정은 파행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올 것이다. 한국당도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동안 ‘웰빙 정당’으로 지내다가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뒤늦게 강경 투쟁으로 급선회했는데, 야당이면서도 국정의 동반자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런 판국에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한국당을 향해 ‘도둑놈들’이라고 비난하고, 한국당 김무성 의원은 청와대를 폭파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갈등을 부채질하기보다는 갈등을 조정해야 할 중진들의 역할을 망각한 망언이다.

10일로 출범 2주년을 맞는 문재인 정부의 주요 정책은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갤럽이 분야별 정책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복지정책만 긍정 평가가 50%를 겨우 넘었고 경제, 공직자 인사, 고용노동 등에서 20%대를 기록했다. 국민은 정치권에 민생과 국익을 챙기라고 요구하는데 벌써 여야의 마음은 아직 1년 가까이 남은 총선이라는 콩밭에만 가 있다. 집권세력은 정책 성과를 보여서 민심을 얻어야 한다. 청와대와 민주당이 먼저 협치의 정치력을 발휘해야 하는 이유다. 그래도 야당이 계속 버티면 민심의 역풍을 맞게 된다. 서로 지고도 이기는 정치를 모색해야 한다. 국민들은 이 과정을 냉정히 주시할 것이다.
#적폐청산#패스트트랙#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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