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동안 아파트 층간소음으로 고통받아 온 조모 씨(35·여)는 3일 분통을 터뜨렸다. 수도권의 신축 공공·민간 아파트 191채 중 96%(184채)가 층간소음 차단 성능 등급이 사전에 인정받은 수준보다 낮게 지어졌고 60%(114채)가 최소한의 성능 기준에도 못 미친다는 감사원 조사 결과를 접한 직후였다.
조 씨는 2017년 서울 양천구 목동의 아파트로 이사 온 뒤부터 층간소음에 시달려 불면증까지 걸렸다. 윗집에서 쿵쿵거리는 사람 발소리와 애견이 뛰는 소리가 들리자 ‘소음을 줄여 달라’고 윗집 주인에게 수십 차례 부탁했지만 소용없었다. 2년 동안 참아 오던 조 씨는 최근 고무망치로 천장을 두드리고 욕실 환풍기 근처에서 담배를 태워 윗집으로 연기를 날리며 보복에 나섰다. 그래도 층간소음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우퍼 스피커를 천장에 붙여 보복하는 걸 고려 중이다.
조 씨처럼 이웃 간 층간소음 피해를 호소하는 이들은 최근 6년 사이 3배 이상으로 늘었다. 환경부 산하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 접수된 민원 건수가 2012년 8795건에서 2018년 2만8231건으로 늘었다. 하지만 조 씨와 같은 방법으로 보복에 나섰다간 자칫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아래층 사람이 천장에 스피커 등을 달아 소음을 전달하는 건 위층 사람을 괴롭히려는 고의가 명백해 폭행죄가 인정될 수 있다. 반면 위층 사람이 낸 소음은 고의성이 없다면 처벌 대상이 아닌 사례가 많다.
충북 청주시 아파트에 사는 A 씨(45)는 2월 자택 천장에 최대 출력 120W에 달하는 스피커를 설치하고 10시간 동안 아이 울음소리와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를 틀었다. 윗집 바닥이 ‘웅웅’ 울릴 정도로 큰 소리였다. 윗집에서 애견이 뛰거나 짖는 소리가 고스란히 전달되자 복수에 나선 것이다. 윗집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고의성이 있다고 보고 A 씨를 폭행 혐의로 입건해 조사했다. A 씨는 사안이 다소 경미해 경범죄처벌법 위반(인근 소란)으로 벌금 10만 원에 처해졌다.
정부가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를 운영하며 갈등 중재에 나서고 있지만 대부분은 아파트의 구조적인 문제여서 뚜렷한 해결책이 없다. 민사소송을 제기해 소음이 ‘통상적으로 참을 수 있는 범위’를 넘었다고 인정되면 정신적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지만 장기간의 소송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번 감사원 조사로 건설사들의 층간소음 방지 부실공사 실태가 드러나면서 정부가 해당 아파트 명단을 공개하고 전국 아파트를 전수 조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신축 아파트 입주를 앞둔 조모 씨(34)는 “부실공사를 했다는 아파트가 어느 아파트인지 모르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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