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앤컴퍼니-JKL 우선협상자 선정, 각각 1조4400억-4300억 제시
우리금융-하나금융 인수는 좌절
지주사 전환 ‘뉴롯데’ 속도낼듯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대형 금융사들을 제치고 롯데그룹이 매물로 내놓은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 인수전의 승자가 됐다.
3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롯데카드와 롯데손보 우선협상대상자에 각각 국내 PEF 운용사 한앤컴퍼니와 JKL파트너스가 선정됐다. 롯데그룹은 일반 지주회사가 금융 계열사를 소유할 수 없다는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지난해 말부터 롯데카드와 롯데손보의 매각을 추진해왔다. 롯데손보는 국내 손해보험 전체 시장에선 9위이지만 퇴직연금 분야에선 2위다. 퇴직연금 운용자산이 6조5000억 원에 이른다. 롯데카드는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닷컴 등에 속한 롯데멤버스 회원 771만 명의 유통 빅데이터를 갖고 있는 게 강점이다.
이날 선정 결과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예상 밖 결과라는 반응이 나왔다. 롯데카드 매각 초기에는 비은행 계열사 강화가 필요한 하나금융그룹이 유력한 후보로 꼽혔다. 이후 본입찰에서는 가격을 높게 쓴 것으로 알려진 MBK파트너스·우리은행 컨소시엄이 유력 후보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한앤컴퍼니는 매수 대상인 롯데카드 지분 80%에 대해 약 1조4400억 원을 제시해 가격 면에서 경쟁자들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MBK파트너스·우리은행 컨소시엄은 이보다 낮은 가격을 써냈다.
롯데손보 우선협상대상자인 JKL파트너스도 인수 대상인 지분 58.2%에 대해 경쟁자들보다 높은 약 4300억 원을 써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입찰가 외에도 비가격적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했다”고 했다. 향후 롯데가 롯데카드를 되사기 위해 사모펀드에 회사를 잠시 맡겨둔 것(파킹)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롯데 측 관계자는 “100% ‘진성 매각’이다. 어떤 옵션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롯데카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한앤컴퍼니는 2010년 설립된 기업 인수합병(M&A) 전문 운용사다. 토종 PEF 운용사 중에선 MBK파트너스에 이어 업계 2위다. 지난해 SK해운, SK엔카 등 SK그룹 자회사를 차례로 사들여 눈길을 끌었다.
JKL파트너스는 2015년 팬오션(옛 STX팬오션)을 인수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정장근 JKL파트너스 대표는 “1년 넘게 손해보험업 진출을 준비해 왔다. 롯데손보가 가진 잠재력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중장기적으로 회사를 의미 있게 성장시킬 전략을 갖고 있다”고 했다.
롯데 측은 우선협상대상자들과 13일까지 계약을 마칠 예정이다. 주식매매계약이 이루어진 뒤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까지 거치면 매각 작업은 약 2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매각이 끝나면 롯데는 지주사 체제 완성을 통한 ‘뉴롯데’ 건설에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된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해 말 경영 일선에 복귀한 이후 롯데케미칼을 지주사에 편입시키는 등 지배구조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 매각으로 지주체제 완성을 위한 마지막 퍼즐인 호텔롯데 상장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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