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로 지명한 보수 성향 경제학자 겸 칼럼니스트 스티븐 무어(59·사진)가 2일(현지 시간) 자진 사퇴했다. 지난달 22일 대통령이 지명한 또 다른 후보 허먼 케인(74)이 물러난 지 10일 만이다. 자신이 추천한 후보 2명이 모두 자질 시비 및 소위 ‘코드 인사’ 논란으로 낙마함에 따라 내년 대선을 앞두고 연준을 자신의 영향력하에 두려던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이 난관에 처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 언론이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위대한 친성장 경제학자이자 정말 훌륭한 사람인 무어가 연준 인준 절차에서 물러나기로 결정했다”며 사퇴 사실을 확인했다. 무어는 2016년 트럼프 선거캠프의 경제 고문으로 활동했고 지난해 ‘트럼프노믹스’를 지지하는 저서도 출간했다. 노골적인 친(親)트럼프 성향으로 지난달 지명 당시부터 연준의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는 인물이란 비판을 받았다. 특히 여성 외모에 대한 성차별적 칼럼, 미 중부의 재정 문제를 언급하며 신시내티와 클리블랜드 등 오하이오주 주요 도시를 ‘미국의 겨드랑이(armpits)’라고 비하한 발언, 세금 체납, 이혼 위자료 및 양육비 미지급 논란 등 갖가지 추문에 시달렸다.
급기야 여당인 공화당 의원들까지 자신의 인준에 반대할 뜻을 보이자 버티지 못하고 사의를 표명했다. 피츠버그포스트가제트에 따르면 최소 7명의 공화 상원의원이 그의 과거 발언에 문제를 제기했다. 연준 이사는 상원 100석 중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공화당은 상원 53석을 점유해 이들 중 3명만 반대해도 인준이 불가능하다. 지난달 먼저 하차한 케인 후보는 피자 체인 ‘갓파더스’ 최고경영자(CEO) 출신이다. 그 역시 CEO 시절 성추행 문제 등이 불거져 인준 통과가 어려워지자 자진 사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네 차례 금리를 올린 연준이 자신의 경제부양 정책에 제대로 보조를 맞추지 않는다며 금리 인상 정책 자체는 물론이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에 대한 노골적인 비난도 서슴지 않고 있다. 이를 감안할 때 공화당까지 대통령의 ‘코드 인사’에 등을 돌린 것은 의회가 연준에 힘을 실어줬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연준 이사진 7명 중 공석인 2명의 후보를 또다시 인선해야 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도 그만큼 늘었다. 이언 카츠 캐피털알파파트너 금융정책 분석가는 WSJ에 “대통령이 연준을 ‘트럼프 친화적’으로 만드는 일이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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