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관타나모 출발 미군 전세기… 악천후 속 활주로 달리다 이탈
승객들 비상구 통해 날개위로 대피
비상용 고무뗏목 펼쳐 옮겨 타… 22명 가벼운 부상만 입어
당국, 조종사 과실 등 원인조사 착수
3일 오후 9시 40분경 미국 플로리다주 잭슨빌 해군기지에 착륙해 활주로를 달리던 마이애미국제항공 소속 보잉737 여객기가 경로를 이탈해 기지 동쪽에 접한 세인트존스강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승객 136명과 승무원 7명은 모두 무사히 구조됐으며 22명이 가벼운 부상을 입었다.
쿠바 관타나모 미군기지에서 이륙한 이 항공기에는 군인과 군 공무원, 그 가족들이 탑승하고 있었다. 잭슨빌 기지 지휘관인 마이클 코너 대령은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것은 기적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사고기는 2.7km 길이의 활주로를 달린 후 활주로 끝 부분에서 급하게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다가 돌과 바위로 헐겁게 만들어진 방파제에 부딪힌 후 강으로 빠졌다. 승객인 변호사 셔릴 보먼 씨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비행기 바퀴가 처음 땅에 닿을 때 매우 강한 충격이 있었다. 활주로를 수차례 튀어 오른 비행기가 지면을 긁듯이 달리다 좌우로 한 번씩 기울더니 갑자기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고 멈췄다”고 말했다.
승객들은 객실에서 비상구를 통해 날개 위로 빠져나가 구조대가 도착할 때까지 기다리다 스스로 비상용 고무뗏목을 펼쳐 서로를 도우며 옮겨 탄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 50여 명은 밧줄을 던져 승객들이 탄 고무뗏목을 끌어냈다.
브루스 랜스버그 미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 부위원장은 “사고 원인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으며 비행 기록을 분석 중이다. 강 위에 떠 있는 비행기를 지상으로 옮길 방법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운항 중 조종사들의 대화를 녹음한 저장장치는 비행기 꼬리 부분에 있어 회수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 현장을 조사 중인 전문가들은 물기 제거를 위해 활주로 표면에 길게 파놓은 홈이 제대로 정비되지 않아 바퀴가 미끄러졌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랜스버그 부위원장은 “활주로의 홈은 우천 시 활주로 위의 빗물이 빠르게 흘러나갈 수 있도록 하는 장치”라고 설명했다. 착륙 시점에 플로리다주 북동부 지역에는 약한 열대성 폭풍으로 인해 천둥번개를 동반한 비가 내리고 있었다. NTSB 측은 “조종사나 객실 승무원의 기기 조작 또는 관제실 근무자의 실수가 있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번에 사고를 낸 항공기는 지난해 10월 인도네시아, 3월 에티오피아에서 잇달아 끔찍한 추락 사고를 낸 신형 ‘737맥스’와는 다른 기종이다. 미국에서 운항 중인 보잉 737기는 900여 대, 전 세계에서는 4000여 대에 이른다.
미군 당국과 전세기 계약을 맺고 매주 2회 미국 주요 도시와 관타나모 기지를 잇는 노선을 운항하는 마이애미국제항공은 보잉737기를 5대 보유하고 있다. 항공사 측은 “이 항공기는 모두 2001년 제작됐으며 사고를 낸 이력이 없다”고 발표했다. 기체를 제작한 보잉사 대변인은 “사고 관련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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