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빅데이터 연구하는 피아니스트 “예술가는 기술과 사회 연결하는 고리”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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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만의 리사이틀 박종화 교수
베토벤-브람스 변주곡 등 심오하고 난해한 곡 연주

박종화는 “아마추어의 주제를 사용한 베토벤과 대작곡가의 선율을 쓴 브람스의 변주곡이 좋은 짝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봄아트프로젝트 제공
박종화는 “아마추어의 주제를 사용한 베토벤과 대작곡가의 선율을 쓴 브람스의 변주곡이 좋은 짝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봄아트프로젝트 제공
피아니스트 박종화(44·서울대 교수)가 8년 만에 피아노 리사이틀을 갖는다. 2011년 리사이틀도 ‘7년 만’이었다. 그 대신 이번 프로그램은 베토벤 디아벨리 변주곡, 브람스 파가니니 변주곡 등 심오하고도 기교적으로 난해한 무거운 곡 두 곡을 커다란 박스 두 개처럼 배치했다.

“변주곡은 예술적 자유와 도전을 상징합니다. 주어진 주제를 반복적으로 탐구하고 각각의 변주마다 고유한 특성을 부여하기 때문이죠. 동양 철학의 사상과도 비슷하고, 어쩌면 ‘윤회’를 음악적으로 묘사하는 것 같아요.”

그와의 대화도 늘 자유와 도전을 주는 변주 같다. 일상에서 만나는 보통의 담화 소재를 훌쩍 넘어서기 일쑤다. 그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라는 최신 지적 흐름에 흠뻑 빠져 있다. 서울시와 서울대 빅데이터연구원이 공동 운영하는 도시데이터사이언스연구소에서 빅데이터 연구를 하고 있고, 감성적 연주가 가능한 인공지능 개발도 삼성 미래기술육성사업 지원 과제로 연구했다. 인공지능은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닐 때부터 피아노와 함께 그를 사로잡았던 주제다.

인공지능이 음악을 만들고 ‘감성적’인 연주까지 한다면 그건 바람직한 미래일까.

“기술이 발달하면 기계가 스마트해지고 예전에 인간이 하던 일을 대신하게 되죠. 인간은 역할을 빼앗길까요? 아닙니다. 인간은 더 높은 단계의 일을 하게 됩니다. 에디슨이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땀으로 이뤄진다’고 했죠. 99%의 ‘땀’을 인공지능에 주고 사람은 영감에 천착할 수 있게 되는 거예요.”

그는 “예술가는 늘 기술과 사회를 연결해주는 고리였다”고 말했다.

“신기술이 개발돼 처음 사회에 침투할 때 예술가가 먼저 이 기술로 ‘장난’을 칩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그랬죠. 전자기술로 소리를 합성하게 됐을 때 먼저 슈톡하우젠 등의 실험적인 전자음악이 나왔는데, 그걸 보고 전자회사들이 키보드를 만들어 아프리카 오지 사람들까지 쉽게 음악에 접근할 수 있게 만들었죠.”

하지만 새로운 기술도 사회의 가치관이 성숙해지는 것과 보조를 맞춰야만 바람직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그는 힘주어 말했다.

그가 연주가인 제자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뭘까.

“대학교라는 훌륭한 ‘지식의 성당’이 있으니 다니는 동안 한껏 오감을 열고 살라고 권합니다. 음악학이나 각종 인문학 등 복수전공도 권하지만 거기까지는 조금 힘들어하는 것 같아요. 그 대신 들을 수 있는 것은 다 듣고 읽을 수 있는 것은 다 읽으면서 열린 생각을 가지라고 당부합니다.(웃음)”

11일 오후 8시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3만∼5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피아니스트 박종화#피아노 리사이틀#브람스 변주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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