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5일 북한의 화력 타격 도발과 관련해 “중거리나 장거리, 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아니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고 했다. 그는 “북한의 동해에 떨어져 국제적 경계선을 넘지 않은 만큼 미국이나 한국, 일본에 위협이 되지 않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모라토리엄(유예) 위반 여부에 대해서도 “모라토리엄은 ICBM 시스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위반이 아니라는 뜻을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은 북한의 긴장 고조 의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북한과의 비핵화 대화를 원한다는 대북 메시지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이 쏜 전술유도무기에 대해서도 ‘미사일’이라고 규정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가능한 모든 외교적 기회를 써 볼 것”이라고 북한에 손짓했다. 비록 하노이 결렬 이후 북-미 대화가 교착상태에 빠졌지만, 도발과 시위 사이에서 위험한 게임을 하는 북한의 의도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의사 표시인 것이다.
실제로 북한은 경계가 모호한 회색지대를 노린 교묘한 도발로 한미 동맹의 이간을 노리고 있다. 중·장거리가 아닌 단거리미사일로 미국 영토를 직접 위협하는 레드라인(금지선)은 피하면서도 점차 후순위로 밀려가는 북핵문제에 관심을 끌겠다는 상투적인 수법을 다시 사용한 것이다. 그런데도 북한의 도발은 당장 한미 간 대응에 혼란을 노출시켰다. 특히 우리 정부는 당초 ‘미사일’로 발표했다가 ‘발사체’로 수정하는 등 오락가락 대응으로 북한의 의도에 말려든 셈이 됐다. 나아가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은 단거리 발사체 사정권 안에 있는 한국의 안전에 대한 위협을 우선순위로 여기지 않는다는 얘기로 들리기까지 한다.
한미 간의 조율된 대북정책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한미가 북한의 도발이 갖는 위험성에 대한 평가와 대응까지 같을 수는 없다. 북한의 단거리 무기 사정권 안에 있는 우리와 바다 건너 멀리 있는 미국이 느끼는 위협이 같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당장 우리에게 명백하고 실질적인 위협에 대해선 단호한 대응으로 북한이 착각에서 깨어나도록 해야 한다. 거기에 미국도 우리와 공동의 인식을 갖도록 하는 게 바로 동맹의 가치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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