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서영아]나쁜 리더십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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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피터 드러커는 리더십의 요체로 ‘해야 할 일의 명확한 설정, 책임, 신뢰’를 꼽는다. 일본에서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회장이 2010년 파산선고를 받은 일본항공(JAL)의 경영을 맡고 가장 먼저 손댄 일은 자리보전에만 연연하며 책임감이라곤 없는 간부들에 대한 리더십 교육이었다. 산하 노조만 8개에 이를 정도로 관료화돼 있던 회사를 2년 8개월 만에 부활시킨 뒤 아무 대가 없이 회사를 떠난 그는 “리더는 높은 뜻, 맹렬한 투지로 개인적 욕심을 버리고 집단을 이끄는 지도자”라고 강조했다.

▷‘경영의 신’ 수준까지 가지 않아도 리더의 역량에 따라 조직의 성과와 구성원의 행복도는 판이하게 달라진다. 2008년 구글은 관리자 인사자료 1만 건에 대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좋은 리더의 10가지 요건을 추출해냈다. 즉 △좋은 코치가 되어야 하고 △권한 위임을 잘해야 하며 △팀원의 성공과 복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등이다. 그러나 당장 성과 내기에 바쁜 리더들에게는 버거웠던 듯, 별 효과를 보지는 못했던 것 같다.

▷SK아카데미 리더십개발센터 김성준 매니저에 따르면 국내 한 기업은 역발상으로 접근했다. 최악의 리더가 되지 않기 위해 꼭 피해야 하는 행동 지침을 마련했다. 이른바 ‘안리특’(안타까운 리더의 특징을 찾아서) 프로젝트다. 조직 내 리더십 평가에서 하위 20%를 차지한 리더들의 특징 5가지를 추출해냈다. △책임 전가 △사익 우선 △언행 불일치 △감정 기복 △주관적 선호 등이 꼽혔다. 좋은 리더가 되려면 이 특징들의 반대로 하려고 노력하면 된다는 결론이다.

▷‘기업인(Entrepreneur)’지가 뽑은 나쁜 리더의 8가지 특징도 있다. △공감능력 결여 △지나치게 권위적 △우유부단 △사람 보는 눈이 없다 △균형감각이 없다 등이 그것들이다. 여기 더해 ‘일취월장’이라는 경영서에 따르면 나쁜 리더가 진짜 나쁜 이유는 나쁜 리더 아래서 또 다른 나쁜 리더가 나올 확률이 높다는 점이다. 갑자기 모골이 송연해진다.

▷좋은 리더를 언급할 때와 달리 나쁜 리더의 특징을 따지다 보면 부지불식간에 많은 이들의 얼굴을 떠올리고 평가해보게 된다. 경우에 따라 마음속에서 심판자가 되어 누군가를 욕하거나 혐오감을 키우기도 한다. 정치권에서, 일터에서, 사회에서, 가정에서 우리는 때로 누군가의 리더 역할을 하기도 하고 팔로어가 되기도 한다. 나쁜 리더의 사례를 보며 먼저 나는 여기 해당하지 않는가를 점검해봐야 하지 않을까. 남을 따르는 법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좋은 리더가 될 수 없다(아리스토텔레스).
 
서영아 논설위원 sya@donga.com
#경영#안리특 프로젝트#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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