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영, LPGA 메디힐 극적 우승
3타차 선두였지만 전반 흔들려
18번홀 버디로 2명과 동타 이뤄 결국 통산 8승 중 연장 4전승
한국선수 6승째… 이정은 공동2위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하루를 보낸 김세영(26)은 연장 첫 번째 홀(18번홀·파5) 그린에 올라섰다. 경쟁자인 이정은과 브론테 로(잉글랜드)가 각각 약 2, 3m짜리 버디 퍼트를 놓친 상황. 자신에게 행운의 상징과도 같은 ‘빨간 바지’를 입고 차분하게 라인을 살핀 김세영은 침착하게 약 1m짜리 버디를 낚으며 정상에 올랐다. 승부사 김세영은 그제야 “심장이 튀어나오는 줄 알았다”며 웃음을 보였다.
김세영은 ‘빨간 바지의 마법사’로 불린다. 마지막 라운드에 늘 빨간 바지를 입고 나와 경기 막판 결정적인 샷으로 극적인 우승을 차지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 타이거 우즈(미국)가 최종일에 ‘빨간 셔츠’를 입고 나와 상대를 압도했던 것을 연상시킨다. 김세영은 “빨간색을 좋아한다. 안정감과 행운을 가져다주는 색이다”라고 말한다. 그에게 빨간 바지를 권유했던 아버지 김정일 씨(57)는 “세영이의 불같은 성격을 누르는 데 빨간색이 도움이 된다는 조언을 지인에게 들었다”고 설명했다.
6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데일리시티의 레이크머세드GC(파72)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메디힐 챔피언십 4라운드. 3타 차 선두로 출발한 김세영은 전반에 극도의 샷 난조를 보였다. 1번홀부터 더블보기를 범한 그는 전반에만 4타를 잃었다. 14번홀까지 김세영은 6언더파를 기록하면서 이정은과 로(이상 7언더파)에게 선두 자리를 내줬다.
15번홀 버디로 공동 선두가 됐던 김세영은 17번홀에서 티샷이 벙커에 빠지며 보기를 범해 다시 선두에서 내려왔다. 이대로 우승이 좌절될 것 같았던 순간. 김세영은 18번홀에서 아이언으로 두 번째 샷을 그린 에지까지 보낸 뒤 버디를 낚아 극적으로 연장전에 합류했다.
연장전에선 김세영 특유의 승부사다운 면모가 되살아났다. 세컨드샷 때 하이브리드 클럽을 잡은 이정은, 로와 달리 김세영은 장타에 힘입어 4라운드 18번홀 상황과 비슷하게 4번 아이언으로 그린 에지에 세컨드샷을 안착시킨 뒤 투 퍼트 버디를 낚았다. ‘연장전의 여왕’ 김세영은 LPGA투어에서 치른 4차례 연장전을 모두 승리로 장식하는 뒷심을 보였다. 김세영은 “연장전에 들어설 때마다 긴장감을 피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는 “시즌 초에 허리 부상으로 고생했다. 하지만 최근 몸 상태가 좋아지고, 스윙 교정을 통해 비거리가 늘어난 덕분에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2015년 LPGA투어 데뷔 이후 매년 1승 이상씩 챙기며 통산 8번째 우승을 차지한 김세영은 LPGA투어 한국 선수 승수 순위에서 박세리(25승) 박인비(19승) 신지애(11승) 최나연(9승)에 이어 김미현과 공동 5위에 이름을 올렸다. 김세영은 “우승에 대한 끝없는 열정이 꾸준히 좋은 성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 목표인 명예의 전당 입성에 한 발 더 다가선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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