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의 걸작 ‘게르니카’에서 보듯 프랑코 정권의 바스크 민간인 학살은 인류 역사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범죄다. 당시 ETA가 ‘자위’ 차원의 무장투쟁을 벌인 점도 일정 부분 이해가 가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왜 프랑코 사후 21년이 흘러 지방 하급관리에 불과한 젊은 교도관을 납치했을까. 그때 ETA가 라라를 납치하지 않았다면 평범한 생활인이 ‘스페인 민족주의’를 운운하는 극우 선동가로 변신하는 일은 없었을지 모른다. ETA의 맹목적이고 의미 없는 테러는 23년 후 의도치 않게 무덤 속 프랑코의 망령을 되살리고 말았다. 무엇보다 라라의 주 공격대상이 프랑코 압제로 피해를 본 바스크와 카탈루냐라는 점이 씁쓸함을 더한다. 피는 언제나 더 큰 피를 부른다.
하정민 국제부 차장 de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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