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중독자인 아들 벤(루커스 헤지스)이 연락도 없이 재활원에서 돌아왔다. 그것도 평화와 행복이 충만한 크리스마스에. 불안해하는 여동생과 다시 돌려보내야 한다는 새아빠. 오직 엄마 홀리(줄리아 로버츠)만이 가족과의 하룻밤을 허락한다. 단 24시간 내내 엄마의 시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영화 ‘벤 이즈 백’은 줄리아 로버츠가 전작 ‘원더’(2017년)를 통해 그린 모성애가 비로소 완성되는 영화다. ‘원더’에서 안면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겪는 가슴앓이를 깊게 파인 주름과 눈물을 삼키는 눈빛으로도 표현해냈던 그다. 이번엔 마약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진 아들의 손을 끝까지 놓지 않는 엄마로 돌아왔다.
달라진 벤은 마약을 끊겠다는 굳은 의지를 보이지만 그가 돌아온 직후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누군가 집에 침입해 어린 시절 추억으로 장식한 트리가 쓰러지고 애지중지하던 강아지도 사라진다. 홀리와 벤이 늦은 밤 강아지를 찾아 나서는 여정은 평범한 소년이 마약중독자로 전락한 과정과 다름없다.
프로포폴 같은 수면 마취제를 마약처럼 이용하고 필로폰을 투약하고도 거짓말을 서슴지 않는 사람들이 연일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시대. 마약이란 여전히 먼 나라 일 같지만 영화는 벤 역시 가장 가까운 곳에서 차츰 무너졌음을 드러낸다.
노모의 치료에 쓰던 마약성 약품을 제자들에게 팔아넘긴 교사, 24시간 주사기와 약을 파는 약국, 불과 다리 하나 건넌 곳에 있던 마약상의 본거지. 엄마는 아들과 24시간을 동행한 뒤에야 구토가 치미는 주변의 추한 현실을 발견한다. 그리고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아들 역시 그 추악한 고리에 가해자로 속해 있었음을 알아차리고 분노와 자책, 무기력함에 가슴을 친다. 무너져버린 자식을 끝까지 지탱하는 것은 오직 엄마뿐이라는 것을 보여주듯 로버츠가 표현하는 모성은 영화를 마지막 장면까지 이끄는 힘이다.
영화 ‘길버트 그레이프’(1994년)의 원작을, ‘어바웃 어 보이’(2002년)의 각본을 쓴 피터 헤지스 감독이 이번에도 사회의 주변으로 비켜 나간 가족의 이야기를 그렸다. 9일 개봉.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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