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한진그룹이 서류를 기한 내에 제출하지 않아 공정거래법상 고 조양호 회장의 뒤를 이을 차기 총수(동일인)를 지정하지 못했다. 조 전 회장의 장남인 조원태 한진칼 회장이 총수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지만 한진 측이 ‘내부 의견이 합쳐지지 않았다’고 했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어서 그룹 경영권을 놓고 한진가 내부에 갈등이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한진 측은 이를 강력히 부인했다.
공정위는 대기업집단 및 대기업집단 동일인(총수) 지정 시점을 당초 10일에서 15일로 연기한다고 8일 밝혔다. 공정위는 매년 대기업집단을 발표하면서 그룹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총수를 동일인으로 지정해 공개한다. 이 동일인은 계열사와 특수관계인의 범위를 정하는 기준이 된다. 이에 따라 일감 몰아주기 등 총수 일가 사익 편취 규제의 범위도 확정된다.
당초 공정위는 대기업에 대해 4월 12일까지 동일인 변경신청서를 내라고 했다. 지난달 8일 조 전 회장 별세 이후 공정위는 한진 측이 자료를 준비하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보고 대기업집단 지정일을 5월 1일에서 10일로 늦췄다. 하지만 한진은 이 시한을 맞추지 못했다. 김성삼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한진이 ‘차기 동일인을 누구로 할지 내부적인 의사가 합치되지 않아 신청을 못 하고 있다’는 공문을 3일 보내 왔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간 경영권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한진그룹은 가족 간 경영권 분쟁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한진칼은 이날 오후 1시 30분 공정위 측에 대표이사인 조원태 회장 명의의 확약서를 제출했다. 한진 측은 “조 회장을 동일인으로 내세우고 특수관계인들의 자료를 준비하겠다는 내용의 확약서”라고 설명했다. 한진칼은 3일 석태수 대표 명의의 공문을 보낸 것에 대해서도 인정했다. 다만 공정위의 설명처럼 동일인을 정하지 못했다는 취지가 아니라 자료 준비에 시간을 더 달라는 취지였다는 것이다. 조 회장의 아내 김미연 씨, 어머니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의 6촌까지 모두 특수관계인이어서 자료 준비가 복잡하다고 그룹 측은 설명했다. 한진 관계자는 “3일 이후에도 가족회의를 열어 지분을 법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대리인은 조원태 회장이라는 점을 확인했다”며 “조 회장이 총수라는 점은 명백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금일(8일) 한진 측이 보내온 공문에서 조원태 회장을 동일인으로 할 수 있다는 내부 의사를 밝히긴 했지만 동일인 변경신청 양식에 따르지 않아 구속력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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