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63)이 9일 오전 10시경 뇌물수수 및 성폭행 의혹 등을 조사받기 위해 검찰 수사단(단장 여환섭 청주지검장)이 있는 서울동부지검에 출석했다.
김 전 차관은 강원 원주시의 ‘별장 성접대 동영상 의혹’으로 2013년 11월 검찰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 이후 5년 6개월 만에 다시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검정 뿔테 안경과 정장 차림으로 변호인 2명을 대동한 김 전 차관은 ‘별장 동영상 속 남성이 본인이 맞느냐’는 질문에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한 뒤 검찰청사로 들어갔다.
○ “김 전 차관 1억3000만 원 뇌물수수”
올해 3월 29일 출범한 수사단은 김 전 차관이 건설업자 윤중천 씨(58)로부터 1억3000만 원 상당의 금품 등을 수수한 정황을 확보해 41일 만에 김 전 차관을 공개 소환했다.
특히 수사단은 김 전 차관이 2008년 성폭행 피해 여성 A 씨와 윤 씨 사이에 불거진 보증금 1억 원을 둘러싼 분쟁에 불법적으로 관여한 과정을 주목하고 있다. A 씨는 2006년부터 윤 씨의 강요로 김 전 차관 등을 성접대했고, 이른바 ‘별장 성접대 동영상’ 속 여성이 자신이라고 주장했다. A 씨는 가게 보증금 명목으로 윤 씨에게서 받은 돈을 윤 씨가 해외 출장 중이던 2008년 1월경 빼돌려 잠적했다. 윤 씨는 같은 해 2월경 A 씨를 횡령죄로 고소했지만 6개월여 뒤 고소를 취하했다.
윤 씨는 최근 검찰 조사에서 “내가 A 씨를 상대로 낸 소를 취하해 달라고 김 전 차관이 요청해 받아들인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A 씨가 윤 씨를 상대로 김 전 차관과의 성관계 사실을 폭로하겠다며 압박하자 김 전 차관이 A 씨와의 성관계 사실이 폭로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윤 씨는 사업 청탁이나 수사 무마 등을 위해 김 전 차관의 청탁을 받아들이고, 보증금 1억 원을 A 씨로부터 돌려받지 않은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수사단은 윤 씨의 소 취하로 A 씨가 1억 원의 이득을 봤다고 판단해 해당 지시를 내린 김 전 차관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제3자 뇌물 혐의의 피의자로 입건했다. 뇌물 액수가 1억 원 이상이면 공소시효가 15년이어서 검찰은 김 전 차관의 2008년 범죄를 기소할 수 있다.
수사단은 김 전 차관이 윤 씨에게서 떡값 등의 명목으로 현금 수천만 원을 받은 사실이 있는지도 조사했다. 또 김 전 차관이 윤 씨 외에 다른 인사들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정황에 대해서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검찰, 김 전 차관 특수강간죄 공범 여부 검토
수사단은 A 씨가 2006년부터 2008년 초까지 윤 씨로부터 수십 차례에 걸쳐 성폭행을 당하는 과정에 김 전 차관이 공모한 정황이 있는지 조사 중이다. 검찰은 윤 씨로부터 “A 씨에게 욕을 하거나 윽박지른 적이 있다”는 진술을 확보한 만큼 윤 씨를 특수강간 혐의로 기소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김 전 차관을 윤 씨의 공범으로 처벌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검토 중이다. 성폭력 사건을 전담 수사했던 검사들이 법리 검토를 하고 있다. 수사단은 A 씨가 윤 씨에게 협박을 당하고 저항할 수 없는 상태였다는 것을 김 전 차관이 사전에 알았는지 등을 집중 조사했다.
김 전 차관은 밤늦게까지 이어진 검찰 조사에서 혐의를 강하게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단은 조사를 마친 뒤 김 전 차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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