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정지궤도위성 ‘천리안 1호’가 최근 10년간 수집한 해양관측 데이터를 활용해 한반도 주변의 지구온난화 영향을 파악하는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지표가 아닌 우주에서 플랑크톤의 변화를 장기간 관측해 해양의 이산화탄소 흡수 능력 변화를 분석하고 기후 변화 요인을 찾아내겠다는 계획이다. 2010년 6월 발사된 천리안 1호는 한반도 3만5800km 상공에 머물며 기상 예측과 해양 감시, 통신 실험을 하고 있다. 유주형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양위성센터장팀은 천리안 핵심 탑재체인 ‘해양관측탑재체(GOCI)’가 수집한 데이터를 활용한 연구에 착수한다고 9일 밝혔다.
천리안1호에 실린 GOCI는 한반도를 중심으로 가로 2500km, 세로 2500km 영역의 해양을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하루 8차례 관찰하고 있다. 가로 500m, 세로 500m를 한 점으로 인식한다. GOCI가 감지할 수 있는 빛은 총 8개 파장대의 빛으로 가시광선 영역 6개, 근적외선 영역 2개로 구분된다. 가시광선 영역으로는 식물성 플랑크톤이 가지고 있는 엽록소(클로로필-a), 용존 유기물 등이 갖는 고유의 빛을 관측한다.
유 센터장은 “약 10년 동안 누적된 데이터 자료를 분석해 지구 온난화에 영향을 미치는 해양 연구를 진행할 것”이라며 “해수 온도가 높아지면 식물성 플랑크톤이 많아지는데 이를 일주일 단위로 산출해 1년간 변화나 양상을 찾아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바닷물의 이산화탄소 흡수 능력은 지구 온난화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해양 식물플랑크톤은 광합성으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온실가스 농도를 낮춘다. 식물성 플랑크톤이 1차로 생산한 유기물은 해양 표층에서 미생물에 의해 분해돼 이산화탄소를 대기 중으로 방출하거나 심해저로 운반한다.
유 센터장은 “지구는 육지, 해양, 대기가 서로 밀접하게 상호작용 하는 행성 시스템”이라며 “특히 지구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인 지구온난화는 대기와 해양, 심해저로 이어지는 탄소의 순환에 좌우된다”고 말했다.
천리안 1호에 실린 GOCI는 1년에 약 40TB(테라바이트)에 이르는 관측 데이터를 생성하고 있다. 현재까지 확보한 해양관측 데이터만 약 2PB(페타바이트·1PB는 1000테라바이트)에 달한다.
연구팀은 최근 10년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한반도 주변의 바닷물 온도가 올라가면서 ‘괭생이모자반’이 늘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괭생이모자반은 열대성 해조류로 어선 항해 및 조업에 지장을 주고 해안가 경관을 훼손하는 골칫거리다. 연구팀에 따르면 2010년 GOCI가 촬영한 사진에서 보이지 않던 괭생이모자반이 2015년을 기점으로 매년 남해안과 제주 지역 해안에서 관찰됐다. 한반도도 지구 온난화에 따른 해수 온도 상승의 예외 지역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한 것이다.
천리안 1호는 자전 속도와 같은 속도로 지구 주변을 돌기 때문에 마치 한 위치에 머물러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한반도 상공에 계속 머물면서 주변 해양의 다양한 환경을 실시간으로 관측할 수 있는 이유다. 유 센터장 연구팀은 2012년 바다에 쓰레기를 무단 투기하는 선박을 GOCI를 통해 포착하는 데 성공했다. 액체 투기물이 해수면에 퍼지는 형태를 실시간으로 관측한 결과다. 유 센터장은 “매시간마다 GOCI가 당시 모습을 촬영해 마치 동영상처럼 항적을 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천리안 1호는 설계수명 7년을 훨씬 뛰어넘어 2020년 4월까지 운영될 예정이다. 천리안 1호와 바통을 이어받은 후속 위성인 천리안 2A호는 지난해 12월 5일 남미 프랑스령 기아나의 쿠루우주센터에서 발사됐다. 천리안 2A호의 쌍둥이 위성인 2B호는 최근 발사가 내년으로 연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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