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단거리미사일 2발” 브리핑
北 자주포-방사포 사진 공개하자 “발사 방향-시간 달라 안 알렸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10일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의 발사 장면 사진들을 공개하자 군 안팎에선 황당하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전날 군 당국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직후 “단거리 미사일 2발을 쐈다”고만 공지했다. 그런데 북한 매체가 하루 지나 공개한 사진엔 단거리 미사일 발사 장면은 물론이고 152mm 신형 자주포, 240mm 방사포들이 화염을 내뿜으며 포탄을 쏘는 장면이 담겼기 때문이다. 특히 152mm 신형 자주포가 발사되는 모습은 이날 처음 공개됐다.
곧장 “군 당국이 상황 축소를 넘어 은폐하려 한 것”이란 의혹이 일었다. 그러자 군 당국은 10일 브리핑에서 “미사일 발사 상황이 끝난 후 인근 지역에서 포 사격이 시작됐다. 10여 발 발사했다”면서도 “미사일 발사와 시간 차이가 있고 쏜 방향도 달라 추가로 알리지 않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포 사격 또한 미사일이 발사된 평북 구성 지역의 한 전차시험장에서 진행됐다. 미사일이 발사된 지역이 구성 내 어디인지는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사실상 비슷한 지역에서 화력 시위를 했던 것. 그럼에도 군 당국은 “발사 방향 등이 달랐다”는 전례가 없는 이유를 들어 추가 공지를 생략했다. 군 당국은 2016년 3월 북한이 300mm 방사포를 발사했을 당시 “6발을 쐈다”고 공지하는 등 북한의 주요 포(砲) 도발에 대해선 공지해왔다. 이런 까닭에 9일 발사체 사거리가 400km를 넘어가면서 미사일이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자 포를 추가 발사한 사실은 알리지 않는 방법으로 군사적 긴장 상황을 축소하려 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군 당국이 아예 포 사격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북한이 사진을 공개하자 뒤늦게 대응에 나섰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추가 발사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지만 포 사격이어서 통상적인 훈련 수준으로 판단해 추가 공지하지 않은 것”이라면서도 “일을 크게 만들지 않겠다는 의도도 있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군 당국은 이날 ‘북한의 이번 발사가 남북 군사합의 위반이냐’는 질문에 “군사합의문에 이런(미사일 등 발사체 발사를 금지한) 조항이 없어 위반으로 보기에 제한적인 부분이 있다. 다만 긴장 완화라는 합의 취지에는 어긋난다”고 답했다. 군사합의문에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한다’는 문구가 들어 있는 것을 감안하면 우리가 먼저 저자세로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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