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모한 관광객 때문에 영웅들 희생”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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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여론, 구출된 인질들에 비난 화살
철수권고 ‘적색경보’ 지역 여행… ‘감옥 보내야’ ‘무책임하다’ 댓글
마크롱, 14일 순직장병 추모식 주재

“멍청이들 때문에 군인이 희생됐다.” “이기적이고 무책임하다.” “감옥에 보내라.”

무장단체에 억류됐다가 풀려난 자국 인질에 대한 프랑스 언론의 관련 기사 댓글 및 소셜미디어에 이들을 향한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와 현지 언론 등이 최근 보도했다. 정부 권고를 무시한 채 위험한 여행금지구역을 찾았다가 애꿎은 군인 2명을 희생시켰다는 이유에서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날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인 로랑 라시무야 씨(46)와 파트리크 피크 씨(51) 등 구출된 인질 4명 중 3명이 파리 근교 군비행장에 도착하자 직접 이들을 맞았다. 소셜미디어에는 대통령이 이들을 맞이한 일조차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많다. 대통령을 수행한 장이브 르드리앙 외교장관도 “(인질들이) 왜 그런 위험한 곳에 갔는지를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르드리앙 장관은 이날 유럽1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피랍자들이 가 있던 곳은 이미 적색경보 지역으로 설정됐다. 그곳에 가지 말아야 하고, 가게 되면 중대한 위험을 진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또 “정부의 여행 관련 권고는 반드시 지켜져야 하고 여행사들도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프랑스군이 희생되는 일이 없도록 매우 신중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라시무야 씨는 이날 파리 도착 후 현지 언론에 “우리를 지옥에서 구출하느라 목숨을 잃은 두 장병에게 감사하다. 이들의 가족을 찾아 애도를 표하겠다”며 “아프리카의 복잡한 상황과 정부 권고를 좀 더 받아들였어야 했다”고 뉘우치는 기미를 보였다. 이들의 사과에도 여론은 싸늘하다. 현지 언론의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 등에는 이들에 대한 원색적 비난이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BBC에 따르면 라시무야 씨와 피크 씨가 실종된 베냉 펜자리 국립공원은 부르키나파소 국경지대에 있으며 다양한 야생동물이 서식해 2017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특히 최근 몇 달간 이슬람 원리주의를 자처하는 무장세력의 테러가 급증해 프랑스 정부는 이 지역을 여행경보 중 가장 높은 수위인 ‘적색경보(여행금지)’ 구역으로 정했다. 한국도 부르키나파소 남부를 황색경보(여행 자제), 북부를 적색경보(철수 권고) 지역으로 설정해 놓았다.

마크롱 대통령은 두 명의 순직 군인을 기려 14일 오전 11시 파리의 복합군사문화시설 앵발리드에서 추모식을 직접 주재한다. 앵발리드는 1670년대 루이 14세가 부상병을 간호하는 시설로 계획해 만들어졌다. 이후 역사박물관, 국립묘지 등의 역할을 겸한 유서 깊은 건축물로 지하 묘소에 나폴레옹 황제 등 유명 장군의 묘가 있다. 현대에는 이번 사례와 마찬가지로 해외에서 순직한 군인의 유해가 자리하고 있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마크롱#순직장병 추모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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