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질 안전 위해 총 안 쏘고 몸 던진 두 순직 군인… 佛 추모 물결

영화 같았던 구출작전

‘두 영웅’과 ‘두 바보’ 서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에서 납치된 인질 구출 작전 중 숨진 2명의 프랑스 군인 세드리크 드 피에르퐁 상사①와 알랭 베르통셀로 상사②. 이들은 인질의 안전을 위해 발포하지 않은 채 무장단체 조직원과 맞서다 총에 맞아 숨졌다. 이들의 희생으로 파트리크 피크 씨③, 로랑 라시무야 씨④는 무사히 고국에 돌아왔다. 11일 프랑스 트위터 등 현지 소셜미디어에는 숨진 군인을 ‘2명의 영웅(Deux h´eros)’, 인질들을 ‘2명의 바보(Deux idiots)’로 비교하는 사진이 여러 차례 리트윗됐다. AP 뉴시스

9일 밤 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의 테러범 은신처. 칠흑 같은 어두운 밤을 헤치고 프랑스 해군 최정예부대 위베르 특공대원 20명이 몸을 낮춰 접근했다. 이 중 그룹 리더 세드리크 드 피에르퐁 상사(33)와 대원 알랭 베르통셀로 상사(28)도 있었다. 이들의 임무는 말리 이슬람 무장세력 카티바 마시나에 피랍된 프랑스 인질 두 명을 구하는 것이었다.

둘은 목표 지점 10m를 앞두고 은신처를 경비하던 무장군에게 발각됐다. 2004년 18세에 입대한 피에르퐁 상사는 2005년 기초군사 훈련을 1등으로 마칠 정도로 뛰어난 전투 실력을 갖췄지만 들고 있던 총을 쏘지 못하고 자신의 몸을 날려 무작정 적진에 뛰어들었다. 대응 발사를 하다 자칫 인질이 맞을까 염려했기 때문이다. 총기 사용 대신 몸을 던진 두 사람은 결국 총에 맞아 숨졌다고 르파리지앵 등 프랑스 언론이 11일 전했다.

르파리지앵 등에 따르면 프랑스 남성 인질 2명은 이달 1일 베냉 북부 펜자리 국립공원에서 사파리 여행을 하다 카티바 마시나에 피랍됐다. 프랑스 정부는 5일부터 특공대를 투입해 추적에 나섰다. 프랑스 합참은 이들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미군 및 미군의 드론이 큰 역할을 했다고 전했다. 이날 은신처를 급습한 프랑스군은 프랑스인 2명 외에 40대 한국인 여성 1명과 60대 미국인 여성 1명도 발견했다. 플로랑스 파를리 국방장관은 “아무도 인질 2명이 더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프랑스 현지에서는 자국 인질 2명이 무사히 귀환했다는 점을 들어 구출 작전을 “한 편의 액션 영화 같았다”고 치하하는 분위기가 많다. 하지만 군인 2명의 고귀한 희생에서 보듯 모든 이가 영화 주인공처럼 살아 돌아오진 못했다. 현지에서 구출 작전을 진두지휘한 특공대장 로랑 이스나르 중장은 11일 주간지 르주르날뒤디망슈에 “복잡하고 어려운 작전이었지만 그것이 우리의 직업이고 임무다. 우리는 내일 아침에도 곧바로 출동할 준비가 되어 있다. 프랑스 시민이 위협받는 곳엔 어디든 가서 그들을 데려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프랑스인 2명, 한국인, 미국인 등 4명의 인질을 구하다 목숨을 잃은 두 병사의 시신이 11일 고국 프랑스의 품으로 돌아오자 프랑스 전역은 추모의 물결에 휩싸였다. 베르통셀로 상사의 어머니 다니엘 씨는 르파리지앵에 “아들은 영웅적 행동을 했다. 항상 잘 웃고 겸손한 아이로 우리에게 아무 걱정 하지 말라고 했다”며 슬퍼했다. 아버지 장뤼크 씨도 “아들을 잃은 슬픔은 참을 수 없지만 그는 임무를 부여받았고 그것을 해냈다”며 자랑스러워했다. 10일 기자들에게 구출 작전 경위를 설명하던 프랑수아 르쿠앵트르 합참의장, 11일 프랑스 파리 근교 군 공항에서 무사 귀국한 인질들을 맞이한 장이브 르드리앙 외교장관 및 파를리 국방장관도 전사한 두 병사를 언급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한편 프랑스인 인질 두 명은 건강이 확인되는 즉시 프랑스 대외안보국(DGSE)의 조사를 받는다고 르피가로가 전했다. 이들의 기억이 사라지기 전 테러범에 관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라고 덧붙였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