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초등학교 교사 4년 차인 박모 씨는 아직도 학부모들을 대하는 것이 버겁다. 나이가 어려서인지 반말을 하는 학부모가 있는가 하면, ‘선생님이 잘 모르셨나 본데…’라며 학급 운영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학부모도 적지 않다. 박 씨는 “부모가 교사를 존중하지 않는데 아이가 선생님을 존중하겠느냐”며 “교사로서 믿음과 지지를 받고 싶다”고 말했다.
반면 올해 초교 3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한모 씨(41)의 생각은 다르다. 한 씨는 “교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한 아이의 인생이 달라질 수도 있는데 교사들이 사명감이 없다”며 “아이에게 애정을 갖고 학부모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교사를 원한다”고 말했다.
15일 스승의 날을 앞두고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이 같은 교사와 학부모의 ‘동상이몽’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동아일보는 디지털 교육기업 아이스크림미디어와 함께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1일까지 초등 교사 1972명, 초등 학부모 1533명 등 3500여 명을 대상으로 ‘서로에 대해 말하지 못한 속내’를 물었다. 교권 추락 등으로 교사와 학부모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상황 속에서 서로의 마음을 헤아리고 배려하기 위해서다.
먼저 교사들에게 ‘학부모 때문에 힘들었던 경험이 있는지’를 물었더니 93.1%가 ‘있다’고 답했다. 학부모들에게 ‘교사 때문에 힘들었던 적’을 물었을 때 20%만이 ‘있다’고 답한 것보다 압도적으로 많아 대조를 이뤘다. 교사들은 ‘1 대 다(多)’ 구조로 학부모를 상대하다 보니 스트레스가 특히 심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교사들은 가장 힘든 부분으로 ‘근무 외 시간에 전화·카톡 연락’(28.9%)을 꼽았다. 초등 교사 장모 씨는 “학부모들이 한 번씩만 전화해도 교사는 20여 명과 통화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교사들은 애로 사항으로 △교사의 교육 방침, 훈육 등에 대한 간섭(22%) △자기 자녀만 특별대우를 해주길 바라는 태도(16.7%) 등을 꼽았다. 반면 교사들은 △아픈 아이 상태 체크 요청(29.5%) △근무 시간 내 연락(25.8%) △교우 관계 중재 요청(21.8%)에 대해서는 “이해할 수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에 대해 교사 10명 중 8명 이상(85.2%)은 ‘학부모에게 말 못 한’ 것으로 파악됐다. 교사들은 △민원 등 더 큰 문제로 이어지거나(50.7%) △학부모가 기분 나빠 할 것(24.3%)을 우려해 속앓이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학부모들은 교사들과는 반대로 ‘할 말은 하는’ 분위기로 파악됐다. 학부모 10명 중 6명이 ‘담임에게 요청사항을 말 못 한 적 없다’(64.6%)고 답했다. 교사에 대한 불만으로는 ‘담임의 학생에 대한 애정 부족’(32.6%)이 가장 많았고 △일방적이고 폐쇄적인 커뮤니케이션(17.3%) △학급 운영 방식이 못마땅함(11.4%) △특정 학생 편애(11.1%) 등도 아쉬운 점으로 꼽혔다.
교사와 학부모가 서로 잘 지내기 위해 필요한 점으로는 교사(71.1%)와 학부모(35.6%) 모두가 ‘인격적인 존중’을 제일 많이 꼽았다. 그러나 그 다음 필요한 점으로는 교사들이 ‘가정 내 학생의 인성 교육’(21.8%)이 시급하다고 답한 반면에 학부모들은 ‘학생에 대한 교사의 애정’(29.4%)이 절실하다고 답해 인식차를 나타냈다.
한편 경남도교육청은 하반기부터 교사들이 근무 시간 외에 학부모들로부터 업무 전화를 받지 않는 기능을 이용할 수 있는 ‘교원 투넘버 서비스’를 시범 시행하겠다고 12일 밝혔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교사들이 휴대전화 한 대를 업무용과 개인용 두 개의 번호로 분리해 사용할 수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