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와 국가정보원은 북한이 4, 9일 잇따라 발사한 단거리 미사일이 ‘탄도미사일’이라는 확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지금껏 보지 못한 신형 무기여서 더 분석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군 안팎에선 이 미사일을 지난해 2월 북한군 창건 70주년 기념식에서 실체가 처음 공개된 신형 고체연료 탄도미사일로 가닥을 잡고 있는 분위기다. 한미 정보당국은 이 미사일을 ‘KN-21’로 명명하고, 개발 및 배치 동향을 주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북한이 ‘원형(시제품)’을 선보인 뒤 1년여간 유도장치와 추진체 등을 개량해 신뢰도를 높이고, 궤도형 차량까지 갖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시험·실전 발사를 연이어 강행했다는 것이다.
군 당국자는 “김 위원장이 며칠 간격으로 같은 미사일의 발사 현장을 참관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며 “김 위원장이 사전에 이 미사일의 구체적인 전력화 시기 등 관련 지침을 하달한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남북 대화와 북-미 비핵화 협상 와중에도 김 위원장이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의 개발과 전력화를 각별히 독려했고, 이번에 최종 점검을 마쳤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앞서 국방부가 올해 1월 중순에 발간한 ‘2018 국방백서’에도 북한이 쏜 미사일과 외양이 매우 흡사한 미사일의 모형 그림이 실려 있다. 동체의 중간과 하단부에 미사일을 지지하는 연결 고리와 맨 뒤 추진체 부분의 방향 조정 날개 등이 이번에 시험 발사한 ‘북한판 이스칸데르’와 거의 동일하다. 군이 이전부터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의 존재와 관련 동향에 주목해왔음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백서는 이 미사일을 단거리탄도미사일(SRBM)로 분류하면서 ‘신형(고체)’이라고 적시했다. 군 소식통은 “군 내부에선 신형 고체 탄도미사일이라는 심증이 확실하지만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이를 공식화하지 못하는 기색이 역력하다”고 했다.
군 안팎에선 최근 북한의 신형 무기(미사일, 자주포 등) 도발 움직임을 볼 때 다음에도 실체가 공개되지 않은 미사일로 기습시위를 벌일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인 ‘화성-13형’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인 ‘북극성-3형’ 등 지금껏 발사한 적이 없는 신형 고체 중장거리 미사일의 도발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북한 노동신문은 2017년 김 위원장의 국방과학원 화학재료 연구실 방문 사진을 공개하면서 두 미사일의 개발 사실을 대외에 노출한 바 있다. 이들 미사일의 사거리는 최소 3000∼4000km, 최대 8000∼1만 km 이상으로 추정된다. 괌 앤더슨 기지와 하와이의 미 태평양사령부는 물론이고, 미 본토 서부까지 핵 타격이 가능하다. 사거리를 줄여 고각(高角)으로 쏠 경우 최대 정점고도가 500∼2000여 km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들 미사일을 실제 시험 발사하면 남북 대화는 물론이고 북-미 비핵화 협상의 파국적 사태가 불가피한 만큼, 북한이 긴장 고조를 위해 도발 직전까지 ‘시늉’만 낼 것이라는 관측이 현재로선 더 많다. 이동식발사차량(TEL)의 기습 전개 등 발사 준비 징후를 미 정찰위성에 일부러 노출해 한미 양국을 압박하는 수순에 나설 것이란 얘기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의 두 번째 미사일 발사에 대해 “매우 일반적인 것(very standard stuff)이며 신뢰 위반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특히 ‘단거리(short-range)’란 표현을 4차례나 쓰면서 비핵화 협상의 판을 깨지 않겠다는 뜻도 분명했다. 하루 전인 9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던 본인의 말을 스스로 뒤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 시간)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두 번째 발사에 화가 났느냐’는 질문에 “전혀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는 “그것들은 단거리였고 매우 일반적인 것(군사 훈련)”이라고 두 차례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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