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독일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여성 4중주단, 위그모어 실내악 콩쿠르 우승!’이라는 빅뉴스가 세계 유수의 클래식 전문지들을 장식했다. 북부 독일의 뤼베크 국립음대 실내악 석사과정 재학생 네 명으로 이뤄진 ‘에스메 콰르텟’이었다.
이후 1년 동안 기쁜 소식이 이어졌다. 프랑스 엑상프로방스 음악축제의 ‘HSBC 수상자’로 선정되어 3년간 금융그룹 HSBC의 후원을 받으며 프랑스 전역에서 활동을 펼치게 되었다. 올해 9월 12일에는 세계 최고 권위의 음악축제 중 하나인 스위스 루체른 페스티벌에서 데뷔 콘서트를 갖는다.
오랜만에 고국에 온 배원희 하유나(바이올린), 김지원(비올라), 허예은 씨(첼로)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났다.
“위그모어 콩쿠르 우승이라니, 아득한 꿈으로 생각했었죠. 다섯 차례의 콩쿠르 경연 동안 그날그날 최선을 다하자고 서로 얘기했어요.”(배)
옛 프랑스어로 ‘사랑받다’는 뜻의 에스메 콰르텟은 네 명 중 가장 성격이 적극적인 배원희 씨가 창단을 주도했다. 나란히 독일에서 유학 중이었지만 처음부터 아는 사이는 아니었다. 팀을 결성하고서는 뤼베크음대 교수인 바이올리니스트 하이메 뮐러(전 아르테미스 4중주단 단원)를 찾아갔다. 뮐러 교수는 연주를 듣자마자 “우리 학교에 들어와!”라고 외쳤다.
“뮐러 교수님은 영감으로 가득 찬 분이셔요. 레슨하실 때 춤추고 노래하고, 간명한 이미지를 떠올리면서 바로 네 마음을 하나로 모아주시죠.”(허)
네 사람은 성격이 뚜렷하게 다르다. 바이올린 두 사람은 뮐러 교수처럼 직관적인 인식에 강하고, 아래 성부를 담당하는 김지원 허예은 씨는 ‘말로 설명하기’와 세부 표현에 더 공을 들이는 편이다. 네 사람의 ‘역할놀이’도 늘 웃음 빵빵 터지는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우리끼리 에스메 주식회사(Esm´e Co, Ltd.)라고 불러요. 원희 언니는 문제를 해결하는 대표님, 유나는 프랑스어와 홍보에 능해서 이사죠”(허). “저는 대리였는데 얼마 전 비행기를 놓치고는 인턴으로 떨어졌어요, 후후.”(김)
“정식 국내 데뷔 콘서트는 내년 아시아 순회연주 프로그램으로 열게 됩니다. 우선 프랑스를 중심으로 펼쳐질 에스메의 활약을 지켜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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