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인구소멸 위기 타개 위해 20, 30대 청년층 유입정책 시행
보금자리 임대주택 짓고 정착 지원… 카페 등 다양한 창업 공간도 제공
지난해 경북 상주로 귀농한 조우리 씨(31·여)는 지역 특산물인 감을 활용한 마스크팩을 개발해 온라인에서 판매하고 있다. 서울의 화장품회사에서 디자이너로 일했던 경험을 살린 것이다. 제품 포장에도 조 씨가 직접 그린 감나무 이미지를 넣었다. 마스크팩 브랜드 ‘라킷키(Lakitki)’는 프랑스어 여성형 인칭대명사 라(la)와 시골 소녀의 건강한 웃음소리를 표현한 의성어 킷키(kitki)를 합성했다. 시골 소녀의 생기를 유쾌하고 편안하게 심신에 전달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서울에서 태어난 조 씨는 상주에 아무런 연고가 없다. 평소 귀농을 꿈꾸던 남편 백경락 씨(43)와 함께 지원 시스템이 잘 갖춰진 상주로 와서 친환경 농사를 지으며 그림엽서에 들어갈 소품을 그려 왔다. 그런 그가 새로운 도전에 나선 데는 경북도와 상주시의 지역주도형 청년일자리 사업인 ‘도시청년 시골파견제’의 도움이 컸다. 도시청년 시골파견제의 ‘도시청년’에 선정돼 2년간 최대 3000만 원을 지원받게 돼 자신의 화장품회사를 차린 것. 조 씨는 “감 추출물을 활용한 기초화장품도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전 출신인 박지원 씨(28)도 도시청년 시골파견제의 지원을 받아 상주에 정착했다. 같은 대학을 나온 여자친구 민근애 씨(26)와 상주시 무양동의 낡은 단층주택을 빌려 올 3월 청년문화복합공간 ‘무양주택’을 열었다. 박 씨는 “개인사업을 하려고 생각하다 도시청년 시골파견제를 알게 돼 여자친구의 고향인 상주에서 사업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무양주택은 카페 기능뿐만 아니라 지역 청년예술인의 작품을 전시 및 판매하고 공연을 위한 무대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창작공간으로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게스트하우스도 운영할 준비를 하고 있다.
지방 소멸의 위기에 처한 상주시가 청년 모시기에 집중하고 있다. 귀농·귀촌 도시로 널리 알려진 상주가 그 대상을 40, 50대에서 20, 30대로 넓혀 가고 있는 것이다. 인구가 줄어 도시 기능을 상실할 수 있는 상황까지는 내몰리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상주는 올 2월 인구가 9만9844명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10만 명대를 회복했다.
시는 최근 농림축산식품부 ‘청년 농촌보금자리 조성’ 시범사업에 선정돼 청년 유입을 위한 기반을 확보했다. 2021년까지 80억2500만 원을 들여 사벌면 스마트팜 혁신밸리에 주택 30채와 커뮤니티센터 1동을 갖춘 청년보금자리 임대주택을 지을 계획이다.
영농 초기소득이 불안정한 청년들에게 1∼3년간 매월 80만∼100만 원을 지원하는 청년 창업농 영농정착사업과 농업생산 기반 조성에 최대 2000만 원을 지원하는 청년 농업인재 창업지원사업 같은 다양한 지원책을 펼치고 있다.
폐교한 은척중학교 아천분교에 카페와 협업농장, 체험공방, 가공공장을 갖춘 ‘청년 농랜드’를 조성해 청년 창업농에게 창업의 공간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함창읍의 한국농어촌공사 비축농지를 빌려 청년 경영실습 임대농장으로도 활용할 방침이다. 도시청년 시골파견제와 ‘월급 받는 청년농부제’ 같은 경북도 지원사업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황천모 상주시장은 “상주에 둥지를 틀기 시작한 젊은이들이 지역 청년 유입에 마중물 역할을 하기 바란다”며 “이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행정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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