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 스타트업 생태계 구축”… 현대차 “3社 독립, 새 출발”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14일 03시 00분


2000년부터 적극 육성 나서
지금까지 11개팀 홀로서기 지원, 작년 직접 출자 금액만 993억
스타트업서 신성장 동력 발굴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라(Inspiration to reality).’

지난해 11월 현대자동차그룹 21개 계열사에는 사내 스타트업 선발을 알리는 이러한 제목의 공문이 나갔다. 이후 한 달 동안 그룹 내 다양한 계열사와 부서에서 112개 팀이 톡톡 튀는 아이디어의 사업계획서를 냈다. 6개월의 면접과 발표 등 심사를 거쳐 최종 선발된 곳은 현대차 3개 팀과 현대카드 1개 팀 등 총 4곳으로 경쟁률은 28 대 1. 부품계열사인 현대모비스가 자체 선발한 사내 스타트업 2곳까지 포함하면 올해 총 6개 팀이 현대차그룹 내부에서 창업에 나선 것이다. 이들 팀은 5월부터 현대차그룹의 사내 스타트업 육성 조직이 있는 경기 의왕시 중앙연구소로 모여 상상했던 것을 사업으로 구현하기 위한 연구개발(R&D) 등에 착수했다.

13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올해 선발된 스타트업을 포함해 총 53개 팀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이 중 11개 팀이 분사를 통해 홀로서기에 나선 상태다. 특히 5월 초에는 엠바이옴(차량 내 공기질 관리), 튠잇(차량 개인화 기술 및 솔루션 개발), 폴레드(영·유아용 카시트) 등 3곳이 3년 이상의 준비 과정을 거쳐 분사를 확정했다. 현대차그룹 사내 스타트업이 분사한 것은 2014년 이후 5년 만이다.

정보기술(IT) 벤처 창업의 열기 속에서 2000년 ‘벤처플라자’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현대·기아차의 사내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이 19년을 맞았다. 프로그램 명칭과 주관 부서도 바뀌는 등 어려움이 있었지만 대기업이 운영하는 사내 스타트업 제도 중 가장 역사가 길다. 당초 현대·기아차 직원만을 대상으로 해 진행된 이 프로그램은 2017년부터 현대차그룹 전반으로 확대됐다. 그룹의 미래 전략을 총괄하는 전략기술본부가 현대차 내에 신설되면서다.

현대차 전략기술본부 H스타트업팀 관계자는 “과거에는 완성차 사업과 관련 있는 아이디어를 선발했다면 앞으로는 정보통신기술(ICT)부터 핀테크 등 사업 영역을 가리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전략기술본부 출범 이후 현대차그룹은 스타트업 육성과 지원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현대차가 지난해 외부 스타트업과 벤처 펀드에 직접 출자한 금액만 993억 원에 이른다. 또 서울을 포함해 전 세계 4곳에 마련한 창업가 육성 공간 오픈이노베이션 센터와 사내 스타트업 프로그램의 운영비 등을 포함하면 연간 수천억 원의 자금이 현대차그룹의 스타트업 생태계 구축에 쓰일 것으로 추정된다.

대기업들이 사내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과 외부 투자를 함께 진행하는 것은 최근 주요한 흐름이기도 하다. 구성원들의 튀는 아이디어를 발굴할 뿐 아니라 새로운 시도를 하는 외부 스타트업과의 협업도 추진하면서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고용도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2012년 사내 벤처 지원 프로그램 C랩을 출범시켰고 최근에는 앞으로 5년 동안 500개의 스타트업 과제를 지원한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외부 투자는 별도 법인인 삼성벤처투자가 담당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자체적으로 스타트업 투자를 진행해 오다가 올 3월 사내 유망 기술 사업화 프로그램인 ‘스타게이트’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대기업들이 스타트업을 경쟁 상대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상생과 협업의 파트너로 보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변화”라고 말했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현대자동차#사내 스타트업#정보기술 벤처#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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