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스승의 날이다. 그런데 정작 가장 보람과 긍지를 느껴야 할 교사들은 “존중받고 싶다”고 호소하고 있다. 동아일보가 초등교사와 초등생 학부모 35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71%의 교사들이 학부모에게 바라는 것으로 ‘인격적인 존중’을 꼽았다. 이어 ‘가정 내 학생의 인성교육’(21%)이었다. 교사 93%는 ‘학부모 때문에 힘들었던 적이 있다’고 답했고 학부모는 20%가 ‘교사 때문에 힘들었던 적이 있다’고 답했다. 교사가 스승으로서 권위를 누리던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읽을 수 있다.
교사단체들이 스승의 날을 맞아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 역시 교권 추락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설문조사 결과 교사 87%가 ‘최근 1, 2년간 사기가 떨어졌다’고 답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울교사노동조합 설문조사에서는 학교생활을 힘들게 하는 요소로 ‘학부모의 비합리적 민원’(42%)과 ‘교사를 무시하는 학생들 언행’(23%)이 가장 많이 꼽혔다. 학생과 학부모가 바라는 스승상이 달라진 가운데 위상을 재정립하지 못한 교사의 내적, 외적 갈등이 심각한 것이다.
과거 절대적인 권위를 갖고 지식과 인성을 가르치던 스승의 개념은 우리 사회 전반의 탈권위 흐름과 맞물려 사라지고 있다. 그렇다면 교사들도 가르치는 업의 본질로 돌아가 시대에 맞는 스승상을 만들어가야 한다. 동아일보가 대한민국 스승상 수상자를 인터뷰했더니 녹록지 않은 현실에서도 존경받는 교사들은 애정과 실력을 갖고 끊임없이 학생들과 소통하고 있었다. 학부모도 교육의 객체가 아닌 한 주체다. 부모가 교사를 존중하지 않으면 아이가 교사를 불신하고, 그러면 교육의 기본이 흔들린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교사들이 스승의 날 제자에게서 가장 듣고 싶은 말은 ‘선생님, 감사합니다’(49%)에 이어 ‘선생님처럼 될래요’(15%)라고 한다(한국교총 설문조사). 스승의 날을 계기로 스승과 제자가 진심 어린 격려와 감사를 주고받는 그런 학교를 만들어야 한다. 교권 하락으로 교사가 교단에 애정을 잃게 되면 그 피해는 학생들에게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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