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장외 투쟁을 이어가며 정부를 공격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을 향해 “낡은 이념의 잣대는 그만 버려야 한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정권의 2인자인 전·현직 대통령비서실장들도 문 대통령의 야당 때리기에 가세했다. 청와대가 내년 총선을 11개월이나 남겨놓고 벌써부터 강력한 대야(對野) 메시지를 쏟아내고 야당의 반발도 거세지면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등 각종 민생 현안 처리를 위한 국회 정상화는 더 요원해질 듯하다.
문 대통령은 13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막말과 험한 말로 국민 혐오를 부추기며 국민을 극단적으로 분열시키는 정치는 국민에게 희망을 주지 못한다”고 했다. 최근 문 대통령을 향해 ‘김정은의 수석대변인’ ‘좌파 독재자’라고 비판하고 문 대통령 지지자들을 비하한 한국당 등 보수 진영을 정면으로 겨냥한 것이다. 이는 문 대통령이 2일 사회 원로와의 간담회, 9일 취임 2주년 인터뷰 등을 통해 밝힌 적폐청산 기조 재확인과 보수 진영 비판의 연장선상이다. 이날 회의는 집권 3년 차 들어 첫 수보회의로, 문 대통령 취임 후 세 번째로 청와대 직원들에게 생중계됐다.
여기에 노영민 비서실장은 문 대통령 발언 직후 청와대 전 직원에게 보낸 e메일에서 “아직까지 냉전시대의 낡은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평화와 번영을 위한 우리의 노력을 색깔론으로 폄훼하려는 시도가 끊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임종석 전 비서실장도 페이스북에서 한국당 황교안 대표를 언급하며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진화하는데 아직도 좌파, 우파 타령을 하고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을 포함한 여권 핵심 인사들의 대야 강경 메시지는 결국 야당과의 협치와 타협보다는 ‘낡은 정치 대 미래 정치’ 구도를 만들어 총선까지 지지층을 최대한 결집하겠다는 포석으로 보인다. 한 여권 관계자는 “야당과의 정상적 대화가 어렵다고 판단한 것 아니겠느냐”고 분위기를 전했다.
야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전희경 한국당 대변인은 “(청와대의) 메시지를 종합하자면 결국 한국당 탓, 촛불 안 든 국민 탓이란 이야기”라며 “여전히 남 탓으로 일관된 시대착오적 현실인식에 이제는 절망을 넘어 분노를 느낀다”고 비판했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과정에서 여권과 뜻을 같이했던 민주평화당 김정현 대변인도 “국민은 정국이 풀리는 것도, 꼬이는 것도 결국 청와대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며 “청와대가 솔선수범해 건설적인 정국 정상화 방안을 내놓는 것이 순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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