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선버스 노조가 예고한 총파업(15일)을 이틀 앞둔 13일 정부는 하루 종일 긴박하게 움직였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오전에 노조를, 오후에 주무부처 장관들을 만나 구체적인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하지만 노조 측은 “버스요금의 인상 여부를 지켜본 뒤 파업을 강행할지 결정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버스 대란’ 위기감은 여전한 상황이다.
정부는 이날 버스업계에 대한 직접적인 재정 지원은 할 수 없다는 방침을 고수했다. 다만 신규 노선 개설 등 버스 인프라 확충 시 보조금을 지급하고, 500인 이상 업체의 근로자도 최대 2년간 임금 감소분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정부는 광역급행버스(M버스)에도 예산을 지원해 사실상 준공영제로 운영할 방침이다. 국토교통부 소관인 M버스는 예산 지원이 가능하지만 국토부는 지금까지 민간사업으로 보고 예산을 배정하지 않았다. M버스는 수도권에서 400대가량이 운행 중이다.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자동차노련) 측은 정부가 내놓은 대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파업 가능성은 열어둔 상태다. 자동차노련 관계자는 “일단 버스요금 인상이 결정돼야 한다”며 “파업 여부는 지역별 협상 결과에 달려 있다”고 선을 그었다.
정부의 대책에도 노조가 강경 입장을 굽히지 않는 것은 이번 파업의 핵심 쟁점이 임금 보전과 요금 인상이기 때문이다. 버스 운전사들은 7월부터 주 52시간제를 도입하면 근로시간이 줄면서 임금도 줄어든다. 노조는 감소한 임금을 회사나 정부가 보전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재정난을 겪고 있는 버스업체는 그럴 여력이 없다고 호소한다.
정부는 노조 요구를 일부 수용해 인건비 지원을 늘리기로 했으나 요금 인상 여부는 지방자치단체에 맡겼다. 요금 인상의 법적 권한이 지자체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시 등 대다수 지자체는 시민 반발을 우려해 요금 인상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반면 경기도는 시내버스 요금을 200원 인상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문제는 지자체 간 견해차가 커 정부도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14일 당정협의를 통해 버스 총파업 대책을 다시 내놓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버스요금 인상을 두고 서울시와 경기도의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해 당정협회는 끝내 무산됐다. 정부가 재정 지원의 ‘우회로’를 마련하긴 했지만 총파업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정부가 버스업계 지원 대책을 내놓은 직후 대구에서는 처음으로 협상이 타결돼 파업을 철회했다. 대구시버스노동조합과 대구시버스운송사업조합은 임금 4.0% 인상, 63세 정년 연장으로 임금·단체협약에 합의했다. 노조 측은 당초 임금 7.67% 인상안을 제시했으나 한발 물러섰다.
이에 따라 다른 지역에서도 마지막 조정회의가 열리는 14일 막판 극적 타결이 이뤄질 수 있다는 기대 섞인 전망이 나온다. 현재 파업을 결의한 곳은 서울과 경기(광역버스만 해당), 부산, 울산, 광주, 전남 등 10곳이다. 하지만 노조 내 일부 강경파가 “일단 칼을 뽑았으면 부분 파업이라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남은 변수다.
노동계 관계자는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건 최대한 내놓은 것 같다”며 “자동차노련 지도부가 이를 받아들이냐에 따라 파업 실행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