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지나 여름으로 향하는 클래식 공연계의 최대 주제어는 탄생 200주년을 맞은 피아니스트 클라라 슈만(1819∼1896)이다. 그와 작곡가 로베르트 슈만의 연애와 결혼은 음악사를 넘어 인류사에 빛나는 사랑 이야기를 낳았고, 그는 슈만뿐 아니라 후배 작곡가 요하네스 브람스의 창작열까지 자극한 ‘뮤즈’로 칭송돼 왔다. 그러나 남편의 존재를 잊더라도 클라라는 당대 유럽에서 가장 빛나는 콘서트 피아니스트였고, 피아노 3중주 등 여러 명곡을 쓴 작곡가였다. 쇼팽과 멘델스존, 바이올리니스트 요아힘 등도 그의 재능에 열렬한 칭송을 보냈다.
클라라의 생일은 9월 13일이지만 그를 기리는 무대는 6월에 가장 풍성하다. 2017년 미국 밴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자인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은 6월 1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을 연다. 5월 16일 울산 현대예술관 대공연장을 시작으로 10개 도시에서 펼치는 ‘나의 클라라’ 투어의 마지막 날이다. 클라라의 노투르노(밤 음악) F장조, 로베르트 슈만의 환상곡 C장조, 로베르트가 죽은 뒤 클라라에 대한 열렬한 연모에 빠졌으나 이를 정신적 사랑으로 승화한 브람스의 피아노 소나타 3번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선우예권은 13일 서울 신사동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클라라는 뛰어난 피아니스트였고 대중적으로 그의 곡이 잘 알려져 있지 않아 곡을 선별하기가 조금 어려웠다. 알아갈수록 더욱 매력을 느낄 수 있는, 흥미로운 음악가”라고 말했다. 4만∼10만 원.
피아니스트 윤홍천은 1주일 뒤인 6월 8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비엔나의 저녁’이라는 제목으로 리사이틀을 갖는다. 비엔나(빈)에서 유학 생활을 했던 피아니스트가 비슷한 나이에 빈에서 체류하면서 장래를 모색했던 슈만 부부와 지인들의 면모를 탐구하는 저녁이다. 클라라의 재능에 경탄했던 리스트가 클라라의 가곡을 피아노곡으로 편곡한 ‘그대의 눈 속에서’ ‘비밀스러운 속삭임’, 클라라의 ‘스케르초’, 로베르트 슈만의 ‘유모레스크’ 등을 연주한다. 윤홍천은 최근 독일 욈스 클래식스 레이블로 모차르트 소나타 전곡 앨범을 발매하며 세계 비평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5만 원.
서울시립교향악단은 6월 29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핀란드 지휘자 욘 스토르고르스의 지휘로 슈만 교향곡 1번 ‘봄’을 연주한다. 클라라와 결혼에 성공한 로베르트 슈만이 넘치는 행복감을 인생의 봄에 빗대어 표현한 기념비적인 첫 교향곡이자 사랑의 산물이다. 김한이 협연하는 닐센 클라리넷 협주곡도 연주한다. 1만∼7만 원.
세계 음반계도 클라라 열풍에 뛰어들고 있다. 올해 2월 바이올리니스트 태스민 리틀이 발매한 클라라의 ‘세 개의 로망스’ 음반은 영국 음반 전문지 그래머폰과 독일 프레스토 클래시컬이 ‘이달의 음반’으로 선정하는 등 주목을 받았다. 이어 피아니스트 마리아 비토신스키의 ‘클라라 슈만과 가족’ 앨범, 클라라의 피아노곡과 그가 콘서트에서 연주한 로베르트 슈만, 베토벤, 멘델스존 등의 곡을 묶은 피아니스트 라그나 시르머의 ‘클라라 슈만, 마담 슈만’ 앨범도 잇따라 발매되고 있다.
슈만 부부가 사랑을 꽃피웠던 독일 라이프치히시 당국은 올해를 클라라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는 ‘클라라19’ 축하연도로 정하고 대대적인 기념행사에 들어갔다. 생일 전날인 9월 12일부터 29일까지는 ‘클라라 슈만 축제주간’을 갖는다. 음악감독 안드리스 넬손스가 지휘하는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가 피아니스트 라우마 스크리데 협연으로 클라라 슈만의 피아노협주곡을 연주하고, 이외 다양한 실내악 연주와 길거리 축제 등이 마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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