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덕미-풍상씨-정갈희-조진갑 등 캐릭터 성격 함축 직관적 작명 많아
코믹열풍 힘입어… 정극선 절제해야
대포 카메라를 들고 아이돌 그룹 멤버 시안(정제원)을 따라다니며 ‘시나길(시안은 나의 길)’ 팬 카페에 사진을 올리는 그. 지난달 10일부터 방영 중인 tvN 드라마 ‘그녀의 사생활’에서 성덕미(박민영)는 “‘덕질’은 장비발이지”라고 당당히 외친다. ‘성공한 덕후’의 줄임말인 ‘성덕’에 아름다울 미(美)를 추가한 이름이다.
덕미는 방구석에서 ‘덕질’만 하는 게 아니라 미술관 수석 큐레이터로 성공가도를 달리는 인물. ‘그녀의 사생활’을 집필한 김혜영 작가는 “예술 작품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아름답게 그리고 싶었다”며 “‘덕질이 세상을 아름답게 하리라’는 드라마 주제를 작명에 함축적으로 담았다”고 했다.
덕미와 사랑에 빠지는 라이언 골드(김재욱) 이름도 범상치 않다. 이처럼 요즘 드라마에서 유래를 알 수 없는 이름들이 부쩍 늘었다. “한 번 들으면 잊을 수 없다”는 시청자 평과 별개로, 드라마 내용을 함축적으로 담거나 유행처럼 번지는 드라마의 코미디적 요소를 강화시키기 위한 장치다.
그만큼 직관적인 이름이 많다. MBC ‘용왕님 보우하사’에서 심청이(이소연)는 잃어버린 아버지의 비밀을 찾아 나선다. 다양한 색을 분별하는 남다른 시력도 갖고 있다. SBS ‘초면에 사랑합니다’에서 정갈희(진기주)는 두툼한 뿔테 안경에 보풀이 일어난 카디건을 입고 다니는, 정갈함과는 거리가 먼 인물. 회사에선 그를 “딱갈희(따까리)”라고 부른다. 함께 일하는 기대주(구자성)는 친절한 데다 실력으로 회사 본부장 자리도 차지한 말 그대로 ‘기대주’다.
코미디로 밀고 나가는 드라마다 보니 “장난 같다”는 비판에도 자유로운 편이다. 3월 종영한 KBS ‘왜그래 풍상씨’는 풍상(風霜)을 필두로 진상, 정상, 화상, 외상, 노양심, 간분실이 등장해 “이름만 봐도 드라마를 다 본 것 같다”는 평이 많았다. 지난달 종영한 SBS ‘열혈사제’는 버닝썬을 패러디한 ‘라이징 문’ 클럽을 등장시켜 풍자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이름의 유래를 유추해 보는 시청자까지 생겨났다. MBC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에서 유도 특기생이자 체육교사 출신 조진갑(김동욱)은 악덕 사업주를 응징해 나가는 인물이다. 그의 이름을 두고 “‘갑’을 조진다(응징한다)”는 해석은 거의 정설(?)로 받아들여진다. 매번 “하지 마!”를 외치며 조진갑을 말리는 구원시 노동청 지청장은 하지만(이원종)이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일부 막장 드라마에서 사용되던 작명법이 최근 코미디 열풍을 타고 보편화되고 있다. 다만 정극에서 이 같은 도식적 이름 짓기는 시청자의 몰입을 해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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