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추남(醜男)인데 똑똑하고, 예쁜 여자인데 머리가 나쁘다? 그 추남과 미녀가 마주한다면?
편견으로 가득한 사회를 향해 연극 ‘추남, 미녀’는 이 같은 발칙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20세기 프랑스 파리에 사는 두 주인공 데오다와 트레미에르는 어렸을 때부터 남들보다 추하거나 예뻐서, 혹은 남들과 조금 달라서 자신을 오롯이 받아들이지 못한 채 산다. 극은 평균에서 조금 벗어난 이들의 성장 과정과 성인이 되어 만난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들의 모습을 통해 관객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에 집중하게 된다. 벨기에 출신의 프랑스 작가 아멜리 노통브의 동명 소설을 세계에서 최초로 무대에 올렸다.
작품을 가장 잘 표현하는 수식어는 ‘톡톡 튀는 매력’이다. 이는 전적으로 20여 개의 캐릭터를 쉴 틈 없이 연기하는 두 배우 덕분이다. 데오다 역의 백석광과 트레미에르를 맡은 정인지는 주인공의 가족, 학교 친구 등 주변 인물을 90분 동안 유쾌하고 뻔뻔하게 소화한다. 빠른 배역 전환에도 전개가 비교적 자연스럽다. 특히 백석광은 추함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분장이나 우스꽝스러운 모습 대신 구부러진 신체로 심리적 위축을 표현하는 참신한 방식을 택했다.
다채로운 색으로 가득 찬 산뜻한 연출도 보는 맛을 더한다. 작품 속 핵심 키워드인 ‘새’와 ‘보석’을 표현하기 위한 다양한 시각, 영상 효과는 미셸 공드리 표 영화를 떠올리게 할 정도다. 원작의 맛도 살리며, 무대 미학을 감각적으로 구현했다. 뻔한 추남과 미녀의 로맨스와는 달라도 “겉모습보다 중요한 건 나 자신이야”라는 흔한 교훈적 메시지에서 크게 벗어나진 못했다. 그럼에도 봄처럼 따뜻하게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작품이다. 19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2만∼4만 원. 14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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