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유해동물 지정 등 상황 따라 운명 수시로 바뀌어
이번엔 개체 수 감소로 포획금지… 노루 관리 전담부서 설치 시급
제주지역 대표적인 포유류인 노루가 멸종위기에서 보호운동, 개체 수 증가, 유해동물 지정, 개체 수 감소, 유해동물 해제 등으로 운명이 수시로 바뀌면서 체계적인 연구와 전담부서 설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들쭉날쭉한 적정 개체 수 산정 역시 해결해야 할 문제다. 제주도는 최근 노루를 유해동물로 지정해 포획을 허용한 이후 개체 수가 감소함에 따라 7월 1일부터 1년 동안 유해야생동물 지정에서 해제하고 포획을 금지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노루 개체 수 유지와 보호를 위해 적정 개체 수를 다시 산정하기로 했다. 그동안 제시한 적정 개체 수에 오류가 있었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 적정 개체 수 산정 논란
제주도는 2016년 활엽수림, 침엽수림, 혼효림 등에서 노루 먹이량을 기준으로 조사한 결과 적정 개체 수를 6100마리로 발표했다. 이 발표 전에는 농작물에 피해를 주지 않는 정도의 적정 개체 수를 3300마리로 추정했다.
이에 대해 학계 일부에서는 다른 의견을 보이고 있다. 노루가 1년에 새끼 한두 마리를 낳는 것을 감안하면 제주지역에 500마리만 있더라도 멸종위기에서 벗어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적정 개체 수 6100마리는 지나치게 많이 설정된 수치라는 지적이다. 학계의 한 관계자는 “노루와 같은 사슴과 동물인 순록 25마리를 들여온 결과 25년 후 2000마리까지 증가했다는 해외 연구결과가 있다”며 “오스트리아 프랑스 독일 등에서도 수렵 등으로 노루와 사슴의 서식밀도를 조절하고 있지만 개체 수가 계속 증가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노루 개체 수 조사는 2001년부터 2008년까지 한라산국립공원 지역에서 이뤄졌고 제주도 전역에 대한 조사는 2009년 처음 실시됐다. 개체 수 조사 초기 적외선 쌍안경을 활용했으며 2015년과 2016년에는 헬기 열화상카메라로 항공촬영한 후 영상을 분석해 개체 수를 추정했다. 이런 조사 결과 노루 개체 수는 2009년 1만2800마리에서 2015년 8000마리, 2016년 6200마리, 2017년 5700마리, 2018년 3900마리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루를 유해야생동물로 지정해 포획을 허가한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7023마리가 잡히면서 개체 수가 줄었다. 이 기간 차에 치여 죽는 ‘로드킬’을 당한 노루는 2400여 마리였다.
○ 노루 관리 전담부서 필요
포획된 노루 7023마리에 대한 자료가 축적되지 않은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포획 노루는 장소, 숫자 등 간단한 사항만 행정당국에 알리고 대부분 자체적으로 소비됐다. 암수, 연령, 두개골, 치아 등 노루 연구 자료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진 것이다. 학계 관계자는 “노루에 대한 연구가 땜질처방식으로 이뤄지면 개체 수 조절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며 “노루생태관찰원 등에 전문 인력을 배치해 노루에 대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루 관리 전담부서를 설치해 노루를 포함한 야생동물의 적정 서식밀도, 농작물 피해조사 및 노루 이주대책 등에 대한 종합적인 연구를 지속적으로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주지역 노루는 밀렵 등으로 보기 힘들어졌다가 1980년대 후반 먹이주기 운동, 올가미 수거 등 보호정책에 따라 개체 수가 늘었다. 1997년부터 농작물 피해 신고가 접수된 이후 콩을 비롯해 당근 배추 메밀 무 더덕 감자 등 농작물 피해가 잇따랐다. 노루 접근을 차단하는 기피제를 뿌리고 그물망을 설치했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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