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이자 부처님오신날인 12일 오후 울산 중구 태화강 대공원 입구. 왕복 2차로인 도로에 정차한 관광버스에서 관광객이 내리고 있었다. 뒤따르던 차량들은 관광버스에 막혀 꼼짝달싹 못했다. 관광버스 운전사는 관광객들에게 “한 시간 뒤 이곳에서 만나자”는 말을 남기고는 차를 몰고 어디론가 떠났다.
이날 가족들과 함께 승용차로 태화강 대공원을 찾은 김모 씨(36·울산 북구)는 “주차할 곳이 없어 도로를 30분 이상 배회하다 멀리 떨어진 주택가에 겨우 차를 댔다”고 말했다.
울산의 대표적인 시민 휴식처이자 국가정원 지정이 추진되고 있는 태화강 대공원에서 휴일마다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태화강 대공원을 사이에 둔 울산 중구와 남구의 상설 주차장은 총 1780면이다. 이 주차장은 주변 상가를 찾는 손님과 주민들이 대부분 차지해 외지 관광객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태화강 대공원에서 행사가 열릴 때마다 임시주차장 1470면을 운영하지만 역시 참가자들의 차량을 수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태화강 대공원의 주차장 부족 문제는 국가정원 지정을 위해서도 꼭 해결해야 한다는 게 시민들의 요구다.
울산시는 지난해 3월 시민 30만 명의 서명을 받아 산림청에 ‘태화강 국가정원 지정 신청서’를 제출했다. 국가정원 1호 순천만에 이어 2호로 지정해 달라는 것이다. 박종호 산림청 차장은 최근 자유한국당 정갑윤 국회의원(울산 중)에게 “울산시가 서류 보완 후 이달 중으로 국가정원 지정 재신청을 하면 다음 달 품질평가 및 정원정책자문위원회 검토를 거쳐 국가정원 지정 여부가 최종 결정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순천만 국가정원에는 상설주차장 3687면에 대형버스 주차장도 170면이나 확보돼 있다.
이에 따라 태화강 대공원 주차장 확보 방안이 다각도로 검토되고 있다. 대공원 안 축구장을 이전하고 주차장을 확보하는 방안이 그중 하나다. 울산시의회 고호근 의원은 최근 시에 보낸 ‘태화강 국가정원 지정에 앞서 주차난 해소부터’라는 제목의 서면질의서에서 “태화강 대공원의 축구장 대체 부지를 조속히 마련하고 축구장 부지를 주차장으로 변경할 것”을 촉구했다. 태화강 대공원 안에는 축구장 3면(2만1000m²)과 다목적 구장 1면(5200m²)이 있다. 이곳을 주차장으로 조성하면 승용차 800대와 버스 50대를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겨 주차난이 해소된다는 것이 고 의원의 주장이다.
시도 긍정적인 반응이다. 시 관계자는 “중구청과 함께 올해 말까지 태화강 대공원의 축구장을 이전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적합한 부지를 물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태화강 대공원은 47.5km인 태화강변에 조성된 공원이다. 태화강은 2000년대 초까지 생활오수와 공장 폐수로 매년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는 등 ‘죽음의 강’으로 불렸다. 2004년부터 추진한 수질 개선사업으로 연어와 황어가 돌아오는 1급수 하천인 ‘생명의 강’으로 탈바꿈했다. 강변 십리대숲은 백로와 떼까마귀가 사계절 찾아오는 전국 최대의 철새 도래지로 유명하다.
태화강 대공원은 대한민국 20대 생태관광지, 한국관광 100대 명소로 뽑히기도 했다. 매년 5월에는 봄꽃 향연이, 10월에는 국화 대축제가 열린다. 올 봄꽃 대향연은 16∼19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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