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들이 올 1분기(1∼3월)에 이자수익으로만 10조1000억 원을 벌어들였다는 금융감독원 발표가 어제 있었다. 4개 분기 연속 10조 원 이상의 이자수익으로 사상 최대 호황을 이어가고 있다. 은행들은 지난해 많은 제조업 기업이 수출 및 경기 부진에 따른 실적 쇼크를 겪을 때도 고객의 돈으로 40조3000억 원의 이자수익을 올려 나 홀로 호황을 누렸다. 이 돈으로 은행의 일부 임원은 수십억 원의 연봉을 챙기고 직원들은 억대 연봉에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
금융산업의 한 축인 은행이 수익을 올리는 것을 나쁘게 볼 수만은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 은행들은 정부 규제의 틀 속에서 독과점 영업으로 손쉽게 돈을 번다는 비난이 끊이지 않는다. 예금과 대출금리의 차이인 예대마진이 은행의 전체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선진국은 60% 안팎인데 한국은 90% 수준이다. 특별한 영업 노하우를 발휘했다기보다는 앉아서 이자장사로 번 수익이다. 예금금리는 올릴 때는 찔끔, 천천히 올리고 대출금리는 그 반대라는 게 은행 고객들의 일반적인 인식이다. 그런 행태가 요즘 같은 불경기에도 은행들이 분기마다 10조 원대의 이익을 올리는 바탕이 된 게 사실이다.
나라경제가 잘 돌아가려면 타이밍에 맞춰 적재적소에 자금이 투입돼야 하고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게 은행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은행들은 기업을 평가하고 발굴하는 노력과 실력이 부족하다 보니 중소기업이 어려워질 기미를 보이면 가장 먼저 달려들어 대출을 회수하거나 담보자산을 처분한다. 비 내릴 때 우산을 걷어가는 격이다.
이제 은행업계도 글로벌 경쟁 속에서 생존을 걸고 치열한 변신 노력을 하고 있는 다른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처럼 체질 변화를 할 때가 됐다. 가계대출 그것도 담보 위주의 이자장사만 할 게 아니라 투자 수익, 다양한 서비스 개발로 수익원의 폭을 넓혀야 한다. 해외 진출도 적극 모색해야 한다. ‘금융의 삼성전자’가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은행 자체의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금융 규제당국의 인식 전환도 필수 전제조건이다. 바깥에서부터 경제폭풍이 몰려오는 지금 ‘혁신금융’이라는 정책기조에 걸맞게 은행의 발목을 잡고 있는 각종 규제를 풀어 운신의 폭을 넓혀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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