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 격화]트럼프의 일방주의적 행보 견제
中, 외국기업 투자 심사 강화… 안보 내세워 보복성 제재 가능성
다음 달 1일부터 6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최대 25%의 보복성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강경 방침으로 돌아선 중국이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외형적으로는 미국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미국과의 무역 갈등에 따른 위기감을 고조시켜 내부 비판을 막고 단결을 강조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4일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이 형세를 오판한 것 같다”며 “중국이 자신의 권리를 지킬 결의와 의지를 과소평가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王毅·사진)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전날(현지 시간) 러시아 소치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과의 회담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협상할 때 반드시 국가 주권, 인민의 권익, 민족의 존엄을 수호한다”며 “이런 원칙과 마지노선을 앞으로도 견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협상은 일방도로가 아니다. 평등에 기초로 협상해야지 한쪽이 다른 한쪽의 요구를 수용하기만을 바라선 안 된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일방주의적 행보를 견제했다.
관영 중국중앙(CC)TV는 13일 저녁 메인뉴스부터 다음 날까지 되풀이한 논평에서 “중국은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전쟁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필요하면 부득이하게 전쟁할 것”이라며 “(미국이) 대화를 한다면 대문이 활짝 열려 있지만 전쟁을 한다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관영 선전매체 중국의소리(中國之聲)는 미국의 관세 부과 이후 중국보다는 미국에 피해가 컸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공개했다. 사회과학원 세계경제정치연구소는 보고서에서 “지난해 미국이 2500억 달러어치의 중국 상품에 관세를 매긴 뒤 관세와 관련해 중국이 부담한 비용은 9∼10%에 불과했으나 미국 기업과 소비자 등은 90% 이상을 부담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미국에 대한 양보 조치로 외국 기업에 대폭적인 경제 개방을 선언했던 중국은 최근 국가 안보를 이유로 외국 기업의 중국 진출과 투자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기로 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4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경제 개발을 전담하는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외국 기업의 투자와 관련해 경제, 안보 등에 부합하는지 심사하는 권한까지 부여받았다. 중국은 올해 3월 중국 기업으로 기술 이전을 외국 기업에 강요하지 못하게 한 외상투자법을 통과시켰지만 이번 조치로 외국 기업에 보복성 제재를 가할 수 있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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